[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동양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상품 녹취록 제공 의무를 법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또 부당한 계약 유지에 대해서는 청약 철회권이 도입되고 약탈적 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보호 대책을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입법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안에 반영해 내년 중 시행할 계획이다.
최근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투자 당시의 녹취록 파일 제공 요구를 동양증권이 거절해 논란이 발생하자 해당 사항을 아예 법에 명시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금융투자업규정은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자료를 투자자가 서면 요청할 경우 6영업일 이내에 제공한다고만 돼 있다.
그러나 법안이 개정되면 앞으로 금융사는 고객 요청 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해진 기간 내에 녹취록 등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거나 영업 비밀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신이 구입한 금융상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녹취록 등을 보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법에 규정해 문제 소지를 없앨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해 청약 철회권과 계약 변경·해지 요구권도 도입된다.
청약 철회권은 대출계약을 한 뒤 더 좋은 상품을 발견할 경우 소비자가 갈아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권리다. 이에 따라 대출상품 계약을 한 소비자는 계약 서류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 등으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또 금융사가 부당한 판매 행위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5년 이내 고객이 계약 해지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도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악착같이 받아내는 ‘약탈적 대출’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금융사가 고객의 연령, 소득·재산·부채 상황, 신용 및 변제 계획 등에 고려해 대출이 적합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공지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금융사에는 과징금 등을 부과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능력이 안 되는 고객에게도 마구잡이로 높은 금리에 대출해주고 신용불량자는 양산하는 금융사가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은행이 가계 대출에 있어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