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총장 "정부, 인프라 구축 지원해야"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우주 사업에 뛰어들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민간 기업들이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이 이념을 앞세우며 대립하던 냉전 체제 시절, 당시에는 국가적 위신을 걸고 우주 사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소련이 1991년 12월 26일 붕괴됐고, 미국은 우주 왕복선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미 의회는 우주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학계와 업계는 침체기를 맞았다.
이후 우주 사업에 눈을 뜬 민간 자본이 2000년을 기준으로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관련 산업계는 활기를 되찾았다. 때문에 이때를 기점으로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로 나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마존 대표이사인 제프 베이조스는 2000년 발사체·우주선·로켓엔진 등을 제조하는 민간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을 차렸다. 현재 블루 오리진은 우주 관광 사업을 시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고, 로켓 엔진 판매와 페이로드 발사 대행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우주 식민지를 개발한다는 복안도 있다.
블루 오리진은 뉴 글렌과 ULA의 벌컨 센타우르를 위해 'BE-4' 엔진을 개발하고 있고, 인공 위성 3236대로 구축되는 아마존의 카이퍼 시스템 83회 발사 중 12회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뉴 글렌 발사체로는 심우주 탐사에 나선다.
스페이스 X는 2002년 5월 6일 테슬라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탐사 기업이다. 이곳은 페이 로드 발사 대행과 위성 인터넷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성을 식민지화 해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등은 로켓을 재활용 하기 위한 수직 착륙 기술 실험을 성공시켰고, 새로운 우주 경쟁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로 △상용 우주선 발사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민간 우주 비행사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을 이뤄냈다. 또한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 수직 이착륙에 성공하는 등 인류 우주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궤도 로켓을 100회 넘게 재사용하는 데도 성공했고, '스타 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4만2000개의 인공 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를 위성 인터넷으로 잇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2021년 3월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를 축으로 '스페이스 허브'를 조직했고 우주 산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 한화시스템을 통해 영국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OneWeb) 지분 9%를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역량을 키워 인공 위성 운영·달 탐사·자원 개발 등 미래 먹거리의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은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만큼 정부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