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출자 주체 결정 등 구체화 어려워”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해외 부동산 펀드의 리파이낸싱이 요원한 상황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펀드의 재구조화를 위한 논의가 최근 시작됐지만 업계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의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1조원 이상의 펀드가 내년에 만기를 맞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리파이낸싱(재구조화) 펀드 조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최근 요청했지만 한달 넘게 업계의 회신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펀드 자금 조성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펀드 설정 금액, 부담 주체 등 구제척인 계획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합의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공모 펀드에 대한 지원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 얼마를 출자할지부터 합의가 쉽지 않고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어떤 펀드부터 구제할 것인지도 기준을 세우기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의 훼손도 역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달리 금융 사기 사건도 아니고 불완전판매 이슈도 제기된 게 없다.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할 명분이 전혀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의 손실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업계의 뚜렷한 대응책이 시급히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일반 개인투자자는 2만7187명에 이르며 이들의 투자 규모는 1조478억원이다. 이 중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 투자 규모가 총 8747억원, 개인투자자 수는 2만3084명에 이른다.
문제는 최근 1년간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나빠졌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늘어난 재택근무로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익성과 자산의 가치가 함께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자산 운용사나 판매사에서 펀드 조성 건의안을 협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금을 조성해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리파이낸싱 펀드 도입 자체가 3∼4년 뒤 해외 부동산 시장이 예전만큼 회복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건데 침체에서 벗어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업계에서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