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우리나라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가 일자리 시장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40대는 일자리 시장에서 약한 고리가 되어 허리가 ‘뚝’ 끊긴 채 취업자 수가 9년째 줄면서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취업자 수는 3년동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40대 취업자만은 예외로 21개월 연속 1년 전보다 감소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4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신규 취업자 수가 3년여 만에 가장 적게 늘었다. 청년층 고용률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고용률은 3월 기준 역대 최고를 찍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의 취업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12일 발표한 ‘2024년 3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39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 3,000명 늘어났다. 2021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7만 3,000명으로 줄어든 증가 폭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 증가 폭으로, 올해 1월(38만 명)과 2월(32만 9,000명) 증가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만 9,000명이나 감소한 617만 명에 그쳤다.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추이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40대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연령대에 결쳐 가장 많은 취업자 수를 기록했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고령화 추세에 밀려 2020년엔 취업자 수 1위 자리를 50대에게 내줬고, 60세 이상 취업자에게도 머지않아 조만간 역전당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40대에서 고용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26만 5,000명으로, 2014년 대비 8만 명 줄었다. 이는 40대 유휴 노동력 증가 현상이 심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에는 28만 4,000명에 달해 역주행 중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 추세에 비해 40대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빠르게 커지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용호조세를 제약하는 하방(下方) 요인으로 내수 회복 지연과 함께 건설업 부진을 꼽고 있다. 하지만 40대 취업자 수 감소의 주요 요인은 인구 감소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해 40대 취업자 수는 2014년 대비 9.2% 줄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0대 노동시장 이탈 속도가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데 있다. 같은 기간 40대 인구는 8.7% 감소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40대의 위기는 결단코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같은 기간 50대는 12.3%나 급증했고 60세 이상의 취업자 수는 무려 80.5%나 폭증했다. 인구도 50대가 7.3%나 급증했고, 60세 이상의 인구는 무려 54.8% 폭증했다. 20대는 인구 감소(-1.1%)에도 취업자 수는 5.1%나 늘어났고, 30대는 인구 감소 폭 13.4%보다 취업자 수 감소 폭이 7.7%로 더 적었다. 그런데 40대는 계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주요 업종의 취업자 감소도 40대를 노동시장 밖으로 떠밀어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40대 취업자 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지난 3월 20일 발간한 ‘신(新) 고용취약계층 40대의 고용흐름과 시사점’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 40대 취업자 수는 626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022년보다 32만 7,000명 증가했지만, 40대 취업자는 5만 4,000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4년(690만 명)과 비교 시 63만 6,000명(9.3%) 줄었다. 경총은 “40대 취업자 수 감소가 대부분 40대 인구 감소에 기인하지만, 최근에는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등 40대의 노동시장 참여 둔화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2014년과 비교해 지난해 4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15만 4,000명, 도소매업은 30만 1,000명이나 감소했다. 해당 업종의 취업자 감소는 40대 남성 취업자 수 급감과 궤를 같이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낀 세대’인 40대가 정부의 각종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서글픈 단면이다.
특히 40대의 경우 제조·건설·서비스업 등 전통산업 종사자가 많아,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이들의 고용시장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근인(根因)이다. 게다가 경직된 호봉제 임금체계로 인해 기업 인력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는 것도 세대도 40대로 이들을 ‘신(新)고용 취약계층’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령대별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40대의 경우 남성과 비임금 근로자, 제조업 부문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0대 취업자 중 남성은 367만 7,000명(58.7%), 여성은 258만 3,000명(41.3%)을 각각 차지했는데, 남성은 취업자가 꾸준히 감소한 반면 여성은 2022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 40대 취업자 중 임금 근로자 비중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하락세를 보였다.
경력 단절 여성의 경우 2023년에는 40대가 59만 명으로, 30대 경력 단절 여성 수(54만 4,000명)를 넘어섰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경총은 "과거보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이 늦어짐에 따라 여성 경력 단절 시기 역시 40대로 지연된 결과"라고 밝혔다.
40대는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연령층이다. 생애 주기로 볼 때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 부양과 소비·납세 등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허리층’이다. 일자리 시장에서 이들이 이탈하면 가계 경제가 흔들리고, 그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경제척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산업과 근로 현장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과 산업구조 전환기에 봉착한 오늘날 40대 근로인력에게는 고용 안전성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40대 인력의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의 일자리 대책 마련을 위한 고민과 함께 산업 전환이 40대 고용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이들의 신산업 적응력을 높이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긴요함을 유념하고, 지금까지의 일자리 정책이 청년·고령자·여성 등에 집중돼 온 만큼 상대적으로 소홀해온 40대, 특히 중년 남성을 위한 맞춤형 고용정책으로 40대의 고용기회가 주어져야 함을 헤아려야 한다.
고용시장에서 40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재교육 등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경직된 임금체계와 근로 제도 개혁을 망라하는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함은 당연한 첩경이다. 당연히 양질의 고품격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경제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만 그 나라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