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4조6천억원 삭감…“인건비 지급 차질도”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벤처기업계가 연구개발(R&D) 지원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올해 대폭 삭감된 R&D 예산에 대한 불만이 확산된 것이다.
12일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은 제22대 국회 중점 과제로 ‘정책자금 등 금융지원 강화’와 ‘R&D 지원 강화’를 요구했다. 특히, 올해 7월 상시화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반영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벤처기업 특화 R&D 지원 제도 신설’(25.8%)을 꼽았다.
R&D 지원은 벤처기업에게 기술력 향상의 중요한 자금줄이다. 한국기술혁신학회 연구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R&D 인력, 투자 규모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기존에 보유하는 기술의 수준과 범위, 다양성도 제한적이며 사회적·경제적 자립 기반도 열악하다. 자체적 노력만으로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의 R&D 지원은 벤처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벤처창업학회 연구에 따르면, 정부 R&D 지원금을 많이 받은 기업일수록 벤처 투자를 유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R&D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업의 혁신성을 인증 또는 보증하는 효과도 있지만, 정부 R&D를 통해 나온 특허 등의 성과가 벤처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정부 R&D 수행으로 발생한 등록특허와 사업화 성과는 과제 2년차에 가장 크게 발생하는데, 이 시점부터 벤처기업의 투자 유치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들로 그간 정부는 벤처기업을 위한 R&D 특별 예산 등을 편성해 지원해 왔으나, 올해 그 예산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R&D카르텔’을 언급한 것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정부는 R&D 지원 체계를 개혁해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올해 R&D 예산은 전년 대비 14.7%, 4조6000억원가량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과학계와 벤처기업계는 불만을 표출하며, 여론도 비판적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R&D 예산이 증액돼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예산이 삭감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벤처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R&D 예산까지 줄어 많은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R&D 예산 삭감의 영향으로 기업 지원금이 최대 50%까지 깎이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R&D 삭감의 영향으로 인건비 지금까지 애로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4월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당시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혁신전도형 R&D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실제 예산 편성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산을 어디에서 어떻게 늘리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일부로만 몰리는 지원이 아니라 산업 전반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지원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