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노조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한며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노조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노조는 화물기 운항 승무원 전원 사직,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고발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양사 합병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그 어떠한 답을 주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항공사를 선정한 것은 향후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양사 합병이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해치고,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메가캐리어'도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매각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하거나, 제3의 그룹 기업들로 다시 매각돼 성장하는 게 훨씬 현실적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에 도입돼야 할 A350 기체 2대가 대한항공에 넘어가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이 불발됐다"며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구매한 A350 계열 항공기 33대 가운데 2대는 본래 아시아나항공에 먼저 도입돼야 했으나,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영업이익을 포기해가며 대한항공에 우선권을 넘겨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향후 고발장 제출을 비롯해 국민 청원, EU 면담 요청 등 합병 저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은 8000여명의 소중한 일터인 동시에 국민들의 질 높고 안전한 항공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기회이자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한 부분"이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합병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은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노조 주장에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은 차입금 증가, 이자비용 상승, 2000%가 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의 지속 악화로 독자 생존이 사실상 어렵다"이라며 "이미 3조6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에 추가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며, 3자 매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인상 및 독점이 불가능하며, 경쟁당국의 관리하에 시장 경쟁성 유지될 것"이라며 "시정조치에 따른 슬롯 이관의 대부분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대상으로 이뤄져 국부 유출 우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현재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와의 접촉은 법적 우려가 있다"며 "다만, 여러 차례 공언했던 것처럼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