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등 '침묵'…8월 전당대회서 추대 또는 경선 전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할 전망이며, 현재로선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임으로 유력하다. 다만 일각에선 끊임 없이 미셸 오바마를 포함한 다른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재선에 도전하고자 했으나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며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또 연이어 올린 글에서 "2020년 대선 후보로 내가 내린 첫 결정은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며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으로 러닝메이트였던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 국민을 대표해 미국 대통령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수십년간 국가를 위해 봉사한 바이든 대통령의 헌신에 감사하다"며 바이든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우선 표시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고,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라며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의지 표명에 민주당 내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태미 볼드윈(위스콘신), 마크 워너(버지니아),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팀 케인(버지니아), 패티 머리(워싱턴),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상원의원 등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첫 여성·아시아계 대통령 후보로서 미국 내 소수 민족들의 지지를 규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의 배우자 우샤 밴스가 인도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트럼프가 지지세를 모으고 있는 것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4년간 부통령에 재임하며 정치적 실적을 마땅히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지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원로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고, 기존에 새 후보를 경선을 통해 뽑자고 주장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침묵을 지켰다. 경쟁자인 해리스의 후보 부상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로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배우자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미셸 오바마 여사는 정계 진출에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는 8월 19~22일 진행될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기존에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던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결정권이 주어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목했지만, 대의원들의 표에 구속력을 미칠 수는 없다. 당내 합의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합의 방식은 내부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추대한 이후 전당대회에서 형식상 '승인'하는 방식과, 전당대회 당일 '경선'을 치르는 방식 두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