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 최첨단 항공기 203대까지 늘릴 계획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 50대 구매 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등 대한항공이 몸집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행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메가 캐리어' 도약을 위한 '초석 다지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석해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과 직접 만나 최첨단 중대형 항공기 50대 구매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구체적인 구매 기종은 777-9 20대, 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30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20대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에 따르면 B777-9의 대당 가격은 4억4220만달러(약 6140억원), B787-10은 3억610만달러(약 4250억원)다. 업계는 추가 옵션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계약 규모가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도입하는 777-9과 787-10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항공기로, 아시아나 통합 이후 대한항공 기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될 전망이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가장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탄소복합소재로 이뤄진 날개가 기존 777계열 항공기보다 더 길어져 연료효율을 10% 이상 개선했다. 운항거리는 1만3000km 이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전지역 직항 운항이 가능하다. 777-9는 777 계열 항공기 중 동체 길이가 가장 길어 통상적으로 400~420석 규모 좌석이 장착 가능하다.
787-10은 787 시리즈 계열 항공기 중 가장 큰 모델로 현재 운항중인 787-9 대비 승객과 화물을 15% 더 수송할 수 있다. 연료 효율성도 기존 777-200 대비 연료 효율이 25% 이상 향상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는 세계 10위원 메가 캐리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기 도입 과정은 통상 주문부터 제작 및 도입까지 약 5년 이상 소요된다. 대한항공의 이번 항공기 도입은 아시아나 완전 통합 이후 오는 2030년 '메가 캐리어' 시대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이번 보잉 777-9 및 787-10 도입은 대한항공의 기단 확대 및 업그레이드라는 전략적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항공기 구매 계약을 통해 승객의 편안함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는 대한항공의 이번 계약이 아시아나 합병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시작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가 미국만 남겨놓고 있어 미국 기업과 협력을 다지면 합병 성사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승인 결론을 내린 뒤 2~3개월 안에 미국 법무부(DOJ)가 기업결합 제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으로 간주한다. EC는 다음달 중 두 회사 합병과 관련한 최종 승인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번에 구매 MOU를 체결한 보잉 777-9 항공기 20대와 보잉 787-10 30대 이외에도 에어버스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neo 50대 등을 도입해 오는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를 203대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