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지원 나서…2조 투자, 친환경선박 포함 10대 미래기술 개발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과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파도에 올라타고 있다. 10년 넘게 업계에 드리운 장기 불황의 그림자를 완전히 탈피하는 것을 넘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는 물론 수익성까지 챙겼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12조131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년 만에 무려 928% 증가한 536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매출 4조8798억원, 영업이익 2086억원으로 각각 37.4%, 165.7% 늘었다. 한화오션의 경우 4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이후 본격적인 선가 상승 시기에 물량이 건조, 인도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NG운반선과 석유제품선, 친환경 연료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크게 늘면서 이익률도 높아졌다. 여기에 각 사별로 실적에 발목을 잡았던 저가 물량도 모두 해소됐다는 평가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미 조선 3사는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둔 상황. 특히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새로 건조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달 19일 187.91 포인트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최대 호황기였던 2008년 9월의 191.6포인트와 근접한 수준으로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제 국내 조선업계가 넘어야할 벽은 글로벌 점유율 1위 중국이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집계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46.59%)에 이어 한국이 29.24%로 2위다.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생산능력 부문에서 정면싸움을 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과 생산물량 경쟁 보다는 앞선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 차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국내 조선 산업과 중국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 차이를 3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이 3년 기술력 차이에 집중해 최대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 전략의 핵심이다. 중국은 제조 굴기의 일환으로 친환경 선박 산업 야욕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초 2025년까지 글로벌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메탄올과 LNG 등 친환경 선박의 건조량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친환경 선박 기술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직접 친환경 해양 비전을 발표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오너가' 부회장들의 추진력에 힘입어 한화와 HD현대의 친환경 선박 사업 강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친환경·디지털 선박 기술 검증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목적으로 '한화 쉬핑'이라는 친환경 해운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HD현대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업공개(IPO)로 친환경 기술력 제고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반 해양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의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향후 우리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10대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10대 핵심 프로젝트는 암모니아 추진선, 액화수소 운반선,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중대형 전기 추진선, 선박용 탄소 포집 장치, 자율운항 플랫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수소 화물창 국산화, 초경량·고능률 협동 로봇, 무인 자율 제조 공정 기술, 야드 물류 자동화 시스템 등이다.
정부는 먼저 민간과 함께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달 내 발표를 목표로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미래선박 국제표준 선점 위한 추진 전략도 준비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이후 먹거리가 될 암모니아, 액화수소,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의 핵심 기술을 선도하고, 점차 심화되고 있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스마트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