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광복회장 만나 "독립기념관장 문제 국민 우려"
김형석 "일제 식민 지배 정당화한 뉴라이트 아니다"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친일'‧'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해 광복회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자체 행사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정부 행사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사상 초유의 '반쪽 광복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관장이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뉴라이트가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12일 광복회 등 주요 독립운동 단체들에 따르면 김 관장의 임명에 반발하며 광복절 정부 행사를 거부하고 자체 행사를 열기로 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한다. 광복회는 "대통령실이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1948년 건국절' 제정 추진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8·15 광복절 경축식 참석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10일 광복회학술원 주최 청년 특강에서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광복절 당일인 15일 용산 효창공원에서 별도 행사를 개최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을 검토하거나 불참을 결정하며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압박했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의도에 있는 광복회관에서 이 회장을 만나 김 관장 임명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 의장은 "요즘 일본 사도광산 사태를 비롯해 독립기념관장 문제, 건국절 논란 등의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 우려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쪽 광복절' 우려가 커지자, 김 관장은 직접 나서 자신의 친일‧뉴라이트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 관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건국론에 관한 제 생각이 광복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제 주장이 잘못됐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하면 될 것인데 마치 중세 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 재판에서 화행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이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관장은 "이 시간 이후 광복회장을 비롯한 광복회 어떤 인사들도 공개적인 토론을 해 주실 것을 제안한다"며 "제가 주장하는 건국론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우리 국민 앞에 밝혀드리는 것이 바른 도리"라고 했다.
이어 "엉뚱한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하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의 기자회견에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상황이 수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 취임 후 독립기념관이 올해 자체 광복절 경축식을 열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독립기념관이 광복절 경축식을 열지 않는 것은 1987년 개관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비대면 행사가 열리기도 했지만, 광복절 경축식 자체를 취소한 적은 없었다.
독립기념관은 김 관장의 '정부 행사 참석'을 광복절 경축식 취소 이유로 들었지만, 김 관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독립기념관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신임 관장으로 임명된 김형석은 독립운동가 후손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오히려 친일파들의 행적에 대한 재평가 및 독립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 등으로 세간의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독립기념관 개관 이래 매년 개최해 오던 광복절 경축식을 별안간 취소해 광복절에 대한 너무나 가벼운 인식을 드러내고 많은 국민에게 당혹감과 실망을 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