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인상 우려…국내 생산 시설확보도 시급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탈탄소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한 국제선 여객기가 운항을 시작했다. SAF는 폐식용유와 같은 폐기름, 동·식물성 유지, 농업 부산물, 옥수수 등을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대체 연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인천~하네다 노선)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인천∼구마모토), 아시아나항공(인천∼하네다), 이스타항공(인천∼간사이), 제주항공(인천∼후쿠오카), 진에어(인천∼기타큐슈)가 순차적으로 SAF 급유를 시작했다. 이들 6개 항공사는 SAF가 1% 혼합된 연료를 주 1회 급유해 운항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국제항공 탄소중립에 동참하게 됐으며 세계에서 20번째로 SAF 급유 상용운항 국가가 됐다. 앞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1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05년 대비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50% 절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일본, 유럽연합(EU) 역시 SAF 정책을 밝히며 세계적으로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을 줄여 국제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하면서 SAF 시장도 선점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업계는 높은 가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IATA에 따르면 현재 SAF의 가격은 톤당 평균 2600달러로, 기존 항공유보다 약 3배 비싸다. 이에 업계는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항공요금에 가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SAF의 보급 확대를 위해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SAF 비용의 운임 반영 정도와 국제 항공 운수권 배점을 연계하거나 SAF 항공편 이용 실적 등을 승객에게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SAF 1%를 혼합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용 생산 시설 확보도 시급하다. 과거 항공유 소비량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을 기준으로 SAF 수요를 예측하면 7만t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을 이용하는 공동처리 방식으로 소량의 SAF만을 생산할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유 4사는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SAF 의무화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 추가 인센티브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되면 시설 투자에 대해 1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SAF는 현재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있어 3%의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