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도 민관 협의체 구성…“장기적 기구 안착 희망”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레미콘업계가 겹악재를 하나씩 해결하며,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레미콘 운반비 협상이 마무리됐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장기적인 협상이 끝나며, 원자재인 시멘트 문제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시멘트 가격은 인상 통보가 있었지만, 협의체 구성을 통해 가격 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협의체의 지속적인 운영을 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 시장은 현재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경기 하강국면에 맞춰 레미콘 출하량도 감소세다. 출하 이후 1시간 30분 이내에 타설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출하량은 실적과 직결된다. 강원도와 경남 지역 등 전국적으로 출하량 감소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내·외부적인 요소가 레미콘업계의 압박을 가중시켰다. 내부적으로는 믹서트럭 기사들과의 운반비 협상이 꼽힌다. 통상 레미콘 운반비는 2년 단위로 체결된다. 협상 시즌이 오면, 협상 금액을 두고 파업이 진행된다. 레미콘은 필수 건설자재로, 레미콘 공급이 중단될 경우 건설현장도 가동을 멈춘다.
긴 신경전 끝에 양 측은 협상안을 도출시켰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는 올해 회당 3100원 오른다. 내년에는 3300원 상승한다. 현재 수도권 기준 평균 6만9330원인 회당 운송비가 올해는 7만2430원(4.47%↑), 내년에는 3300원이 더 오른 7만5730원(4.28%↑)이 된다. 기존 양 측의 간극은 7000원이 넘었지만, 중간 타협점을 도출했다는 평가다.
외부적인 리스크로는 시멘트 가격이 꼽힌다. 레미콘 제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t당 7만8800원이었다. 작년 말 기준 시멘트 7개사 평균 가격은 t당 11만2000원으로 3년간 42% 상승했다.
그간 시멘트업계는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형태를 유지했다. 주요 거래처인 건설 및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의 통보에 대응할 수 없다. 건설업계과 단가 협상을 펼치는 레미콘업계의 행보와는 상반된 모양새다. 거래상 지위가 우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협상 형태의 출발점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민관 협의체 착수회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주요 건설 자재시장의 수요자·공급자 간 자율적인 가격 조정을 유도하고, 업계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직접 협상테이블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레미콘업계는 이번 정부의 대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일방적인 통보로 가격을 인상한 시멘트업계를 견제할 수단이 생겼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협의체가 일시적인 대책이 머물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지속적인 소통 창구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멘트업계는 가격 인상에 환경규제 대응 비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간 시멘트업계는 폐기물 활용 측면에서 타국의 사례와 비교한 바 있다. 타국 폐기물 활용 국가의 기준과 유사한 규제에 대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중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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