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만남과 이별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수도 없이 만나는 만큼 수도 없이 헤어진다. 그런데도 많은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사람 사이 일의 대부분은 만남과 이별을 동반하고 그 과정에서 추함과 아름다움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별의 끝자락에 서있다. 오랜기간 협력하며 우리나라 핵심 기간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결코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다. 그것이 75년 동업의 결과물일지라도.
갈등의 시작점부터 양측의 해석은 다르다. 영풍은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부임한 이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고 보고있다. 최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토대로 고려아연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다른 대기업들과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했고 이 방식을 놓고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는 것이 영풍의 설명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고 보고있다. 석포제련소에는 50년 동안 제련업을 하면서 쌓인 폐기물 저장소가 있는데 당시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에서 해결하고 싶어했지만 최윤범 회장이 이를 막으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다툼은 과열로 치닫고 있다.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여론전부터 법정 다툼까지 고사하며 총공격 태세다. 하지만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게 되든 고려아연에 막대한 손실을 줄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잡게 될 경우 지분 다툼을 위해 투자된 돈을 어떻게 회수할 지 관건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권을 잡으면 고려아연 측 핵심 인력들은 전원 사직서를 내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줬다.
이미 경영권 분쟁의 여파는 나타나고 있다. 고려아연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던 고객사들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논의를 중단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맺은 니켈 공급 계약이 무산되기 직전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이기겠지만, 결국 '이긴 게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별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둘 싸움에 고려아연이 너무 많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별 후 남는 것들을 돌이켜 볼 시점이다. 현명한 이별을 하길 바란다. 서로를 축북하고 응원하며 뒷모습을 바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이별까진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