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한결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만을 수주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일감 부족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 속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수주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 4구역 정비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10대 건설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다. 지난 12월 1주차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10위권 대형 건설사들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25조555억원이다. 이는 지난 2023년 한해 총 수주액인 20조396억원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반면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지역 소규모 정비사업과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전전하는 중이다. 여기에 대출규제 강화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 등 자금 조달 어려움이 겹치며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1위~40위 건설사 중 올해 주택 정비사업 실적이 전무한 업체는 6곳(△계룡건설(시공능력평가 17위) △아이에스동서(시평 21위) △태영건설(시평 24위) △신세계건설(시평 33위) △HJ중공업(시평 36위) △SGC이앤씨(시평 40위) 등)에 이른다.
서울에서 밀려난 중견 및 중소 건설사들도 지방 미분양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은 1만8307가구로 이중 1만4464가구(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건정연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마저 오는 2025년 3.4% 줄어든 25조5000억원으로 편성돼 업계의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교수는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분양 시장 투자 심리가 저하돼 자금력과 규모가 큰 대기업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조차 대기업의 지원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라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견 건설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겠지만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향후 강점인 사업과 지자체와 함께 선별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