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왕따’…뭇매 맞는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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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왕따’…뭇매 맞는 손학규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8.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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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연일 ‘손학규 때리기’…“정체성에 문제 있다” 한 목소리

‘손학규 죽이기’ 왜?
孫. “1등 죽이기” 태연한 표정…“당명 대로 새로운 길로 나가라”

▲ 손학규 대선예비후보 정책간담회
[매일일보닷컴] 정치권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손학규 죽이기’에 나섰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의 경우 ‘한나라당 탈당’ 전력 등 ‘정체성’을 들먹이며 손학규를 괴롭히고 있다.

한때 친정이었던 한나라당도 “당을 배신한 자업자득”이라며 범여권 진영의 이른바 ‘손학규 죽이기(?)’에 동참하는 형국이다. 손학규 측은 이 같은 정치권의 공세에 대해 “1등 죽이기”라며 애서 태연한 표정이다. 후보들의 집중 견제에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좌우 합동공격은 손 후보의 입장에서 볼 땐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범여권에서 ‘손학규 때리기’에 나선 예비 주자는 천정배와 이해찬 등 손학규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저격수를 자임하면서 ‘견제 속의 연대’를 통해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탈당 6개월째. ‘탈당’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리면서 지난 3월 ‘시베리아’로 뛰쳐나가겠다고 큰 소리쳤던 손학규 후보가 진짜 시베리아를 만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손학규 후보가 시쳇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 孫, 왜 공격 당하나 = 한나라당을 탈당해 지난 6월 범여권에 합류한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범여권 다른 대선주자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손학규의 정체성을 검증해보자”로 요약된다. 좀 더 쉬운 질문으로 바꾸면 이렇다. “너 변신한 것 맞니?”.

손학규 측은 “과거의 부정적인 것(탈당)을 자꾸 들먹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정체성 공방은 과거회귀”라는 반응이지만, 범여권은 ‘손학규의 정체성을 알아야 국민이 바른 선택을 한다’며 연일 손학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손학규 측의 고민은 이처럼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적 정체성’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손학규 후보는 지난 달 29일 ‘민주신당 후보별 TV 대담’에 출연, “친기업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업이 요구하는 것은 우선 해준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친 기업 발언’을 내뱉었는데 범여권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앞서 지난 달 10일 한국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업을 돕는데 특혜 안주고 어떻게 돕느냐. 법을 좀 뛰어넘고 법도 좀 피해가기도 하고 안되면 법을 바꿔가면서도 기업을 도울 때 그게 기업을 돕는 것”이라고 말해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결국 손 후보가 통합 신당의 후보로 들어와 지지율 1등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의 후보로서는 ‘자격미달’이라는 게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일반적인 견해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천정배 후보 측 정성호 대변인은 이와 관련 “여전히 손 후보의 몸 속에 한나라당의 DNA가 남아 기득권층 위주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며 우려했고, 이해찬 후보는 지난 달 28일 가진 제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신당의 후보가 되려면 신당의 정책을 보다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신기남 후보는 “노선과 정책 면에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손 전 지사는 민주신당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탈당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손학규 후보는 14년간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다.

◇ 孫 “정체성 공격 아니, 1등 때리기” = 한때는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고, 지금은 反한나라당의 선봉에 서 있는 범여권의 1등 주자인 손학규 후보의 ‘변신’에 대해 정치권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지만 정작 손 후보는 자신을 향한 ‘정체성’ 공세에 대해 외형상 여유를 두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달 29일 YTN 대선주자 대담프로그램에 출연 “한나라당을 탈당할 시 깜깜한 길에 혈혈단신 나섰고, 선진과 평화, 통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며 “정체성은 시대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정체성 공세는 ‘1등 때리기”라고 일축했다. 손 후보는 이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정당과 새 정치가 탄생되어야 한다”며 “대통합민주신당은 당명대로 대통합의 길로,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지율 정체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기자나 교수, 전문인들은 손학규가 대통령 적합도 1위라고 한다”며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장이 열기를 띨 때 국민들이 저의 진면목을 알고 제대로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28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1등을 따라잡기 위해 여러 공세를 펼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한나라당 전력 시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뒀다. 또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는 지지를 내가 끌어오겠다. 앞으로 한나라당 경력이 민주신당 집권에 큰 효자 역할을 할 자신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 孫 본경선 1위 사수 가능할까 = 그러나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당 내 다른 후보들에 의해 반(反)손학규 전선이 구축돼 있는 까닭에 손 후보가 당내 경선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 경선레이스에 뛰어든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달 27일 기자들과 오찬 석상에서 “‘내가 나가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필승론을 얘기할 수 있는 후보만이 후보가 될 수 있다”면서 “손학규 후보는 절대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손 전 지사가 경선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상처투성이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학규 후보는 누가 봐도 한나라당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며 “범여권에 머무르면서 신당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손 전 지사가 현재 범여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교육 정책부터 주요 경제정책까지 이명박 후보와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손 후보 측은 연일 ‘의연한’ 태도를 취하며 경선 1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한다면 정치적 품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통합에 크게 기여한 것이 없는 후보가 통합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합류한 후보를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격했다.

손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BS가 지난 달 29일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1인2표 방식으로 예비경선을 실시할 경우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후보 등 5인이 본 경선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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