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진에어가 20개월 만에 정부의 제재에서 풀려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과 항공기 도입 등이 가능해지면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면허자문회의 논의 결과 진에어의 신규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31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앞서 2018년 8월 진에어가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2010∼2016년 등기이사로 재직하게 함으로써 항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항공법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이사를 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재를 내린 것은 항공법 위반보다는 조 전무의 물컵갑질 때문이었다. 2018년 4월 조 전무가 대한항공전무로 있을 때 광고대행사 직원 등이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언과 함께 물컵을 집어 던지는 등 행패를 부린 물컵갑질이 발생하자 국민의 공분을 샀고 나비효과로 그의 진에어 이사 등재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진에어는 제재를 앞둔 청문 과정에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사내 고충처리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이를 이행했다.
진에어는 지난 25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명문화하고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정하도록 선임 방법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이사회 내에 거버넌스위원회와 안전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이사회 내 위원회도 확대 개편했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진에어가 약속한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마련한 만큼 제재 해제 필요성이 있다는 면허자문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재해제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진에어가 이런 취지대로 운영돼 신뢰받는 항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현재 항공업계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제 조치가 이루어져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그 동안 진행해온 독립경영체제 확립, 준법 경영,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사회공헌 확대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일을 계기로 진에어는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 하여 최상의 안전과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과 국민으로부터 보다 신뢰 받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