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집중하던 신세계, ‘소실대득’ 2000년대부터 백화점 고급화 전략
[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대구에서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의 선택을 받은 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이었지만, 루이비통을 제외한 에르메스와 샤넬이 신세계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명품브랜드들이 신세계에 집중하는 모습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2020년 11월 현대 대구점에서 에르메스를 철수한 뒤 12월 신세계 대구점에 에르메스 매장을 오픈했다. 샤넬 역시 이번 달 말일을 마지막으로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철수한다. 샤넬은 앞서 지난 3월 신세계 대구점에 샤넬 매장을 오픈한 바 있다.
지난 3월 신세계 대구점에 샤넬이 오픈할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함께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과 샤넬이 과거 롯데백화점 대구점을 철수하면서 현대백화점에 입점했던 것처럼 재계약은 없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왔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샤넬 코리아 측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철수를 최근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에루샤는 신세계가 품게 됐다”고 말했다.
◇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에 ‘에루샤’ 뺏긴 현대백화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2009년 개점한 신세계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다. 신세계센텀시티는 백화점 업계에서 최초로 3대 명품인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과 함께 3대 주얼리 명품브랜드라 불리는 까르티에, 반클리프 앤 아펠, 불가리까지 입점된 상태에서 오픈한 한국 최초의 백화점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신세계센텀시티점처럼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명품브랜드들을 유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신세계센텀시티가 부산에 오픈하기 전까지 부산 지역에서 유일하게 ‘에루샤’를 품은 백화점이었지만, 신세계센텀시티가 들어선 이후 에루샤 매장은 줄줄이 철수했다. 현대백화점은 부산에 이어 대구에서도 신세계에 밀리는 모양새다.
에루샤를 모두 갖춘 백화점은 현재 총 7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 총 4개이며,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이다. 경기도 최초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는 9월 에르메스가 입점하고, 샤넬도 내년에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에루샤를 모두 갖추게 되면 서울, 대구, 부산이 아닌 지역에서 에루샤를 품은 첫 백화점이 된다.
◇ 명품브랜드들이 신세계를 선택하는 이유는?
신세계 그룹은 1993년 이마트 첫 매장을 오픈하며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에 집중했다. 당시 동종 업계 경쟁사인 롯데백화점에 비해 신세계백화점은 점포수가 현저히 적었다.
신세계백화점은 2000년데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2013년 부터는 백화점 매장 앞 흔히 볼 수 있는 행사 매대를 줄이고, 매장 내에서도 동선에 걸리지 않도록 과감히 정리했다. 현재는 점포에 있는 행사장까지도 없애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매대 하나당 월 매출이 2억 정도 나오고, 명절에는 하루 매출만 억단위로 나오는 일도 있어 백화점에서 매대 운영을 포기하는 건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신세계 백화점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대를 찾아볼 수 없는 건 고급스러운 백화점의 이미지를 구사하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 전략이었다고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소실대득(小失大得) 전략이 최근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대를 운영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명품매장 자체가 백화점 매출과 직결되고, 백화점 브랜드를 고급화시키는 상징성으로도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진협 유인타 증권 연구원은 “대구 신세계의 경우에는 에르메스, 샤넬 등의 오픈으로 올 하반기 40% 수준의 매출 반등이 예상되며, 영업이익은 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품브랜드의 경우 희소성 때문에 매장을 무조건 늘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매장이 늘어나 브랜드를 쉽게 접하게 될 흔해지게 될 경우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자신의 브랜드 수요가 높은 소비자들이 분포된 상권을 판단한 뒤 입점할 매장을 선택하는데, 명품브랜드들은 롯데와 현대보다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는 신세계가 자신들의 브랜드와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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