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몸싸움 '막장 국회'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단독 입법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됐다. 지난달 15일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겠다며 당론 법안을 제출한 지 18일만이다.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만에 이뤄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불과 보름여 만에 단행된 것이다. 그 짧은 기간마저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몸싸움, 국무회의 연기 등 온갖 편법이 판치며 진지한 법안 심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검수완박 졸속 입법은 민주당의 3.9 대선 패배에서 촉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에 반발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권 도전에 나서자 대선 국면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당내 강경파의 검수완박 관철론과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대선 패배 직후 당내 초선 강경파를 중심으로 검수완박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지지층의 입법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달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완료’ 방침을 확정했다.
이후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 거부권 행사를 우려한 속도전이 전개됐다. 민주당은 의총 사흘만인 지난달 15일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달 20일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조정 절차를 무력화하는 등 편법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를 시도, 여야는 지난달 22일 부패·경제범죄 수사권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까지 한시적으로 검찰에 남기고 공직자·선거범죄 등 나머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먼저 박탈하는 내용의 중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야합이라는 비난이 쇄도하자 국민의힘이 사흘만에 합의를 번복, 검수완박 혼란은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합의 파기 이틀만인 지난달 27일 새벽 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켰고 당일 박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법안 처리 지연작전을 벌였지만, 민주당은 박 의장의 협조 하에 회기 쪼개기로 이를 무력화시켰다.
이후 민주당은 박 의장의 협조로 지난달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사흘 뒤인 이날 다시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맞춰 이날 국무회의를 오후로 연기해 법안 공포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고성 등 동물국회가 재현되는 등 극심한 혼돈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