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간 분쟁도 넘어서야 경제계 선순환 구축 현실화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신산업 대전환 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국내 경제 생태계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진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수월하다. 자본과 인력 측면에서 극복할 수단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구조적 특성상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워,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2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격차는 연일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비용 부담 등 다방면에서 여력이 부족한 만큼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추세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진화할 경우 국내 경제계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의 경쟁력을 갖출 경우 대외 여건 악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원자재 등의 가격에는 영향을 받겠지만, 수출 및 수입 의존도가 줄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부터 시작된 산업 트렌드 변화는 인공지능(AI)과 비대면 산업 성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서 “새로 등장한 기술과 산업은 기존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시장과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작게는 자영업자까지 이익을 보는 사회가 구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경우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 및 인력 혁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산업을 받아들이고, 자체적인 변화까지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기업과 스마트공장 사업을 기반으로 중소기업들의 변화를 돕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연구개발(R&D) 중심의 사업체 비중은 일반 제조‧서비스업보다 적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면 R&D가 요구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R&D 인력들의 눈길은 대기업을 향한다. 대기업의 처우 상대적으로 좋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다. 정부가 중소기업 R&D 인력 확보를 지원하면, 중소기업의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에 앞장설 가능성도 커진다.
신산업 및 신기술의 등장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인건비 등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소상공인에게 인건비는 가장 큰 고민요소다. 지난 정부부터 최저임금을 급격히 상승하며, 고용원을 늘리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키오스크와 서빙로봇 등이 보급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수익성을 보호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산업 전환의 중심에 선 벤처‧스타트업은 기존 산업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존 의료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 자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지만, 의료법에 기반한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대면 진료업체 측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한정하며, 중간점을 제안했다. 실제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 시범사업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상환자를 재진 환자와, 의료약자(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 노인‧장애인 등)로 한정했다.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도 혁신기업의 등장을 방해하고 있다. 대기업 및 공기업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듣기 유리한 위치다. 특히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투자받는 단계에서 기업설명회(IR) 피칭을 펼치기 때문에 아이디어 탈취에 노출된다. 아이디어 탈취 문제를 해결할 안전장치가 부족한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중소벤처기업 현장에서는 견고한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영‧무역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산업 구조로는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 부문에서 고사될 수 있다”면서 “변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글로벌 환경에 맞춘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 본부장은 “신산업은 프로젝트성 사업보다 다수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지만, 대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탈취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현재 기술탈취 문제는 원청과 하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로 포괄적인 기준을 가진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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