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HD현대·포스코·LX· 등 인수자 거론 기업들 "생각 없다"
SM그룹, 현금 보유량 1조원 미만…"실현 가능성 낮다고 봐야"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HMM 매각을 두고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방침을 밝혔지만 제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인수자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손사레를 치는 가운데 희망 기업은 자금 조달 능력이 달려 연내 성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매각 공고를 발표했다. 입찰 기한은 다음달 21일 17시다. HMM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의거한 2단계로 이뤄진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우선 협상 대상자를 가리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연내 HMM 주식 처분을 희망하고 있다. 매각 지분량은 전체 3억9879만주로, 액면 총액이 각각 4000억원, 6000억원인 HMM 발행 제192회 전환 사채와 192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 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보유하게 될 보통주 2억주를 더한 물량이다. 이에 따라 희석 기준 지분율은 38.9%에 달한다.
산은과 해진공의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가리게 된다. 전환 주식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산은을 필두로 한 대주단은 매각 의사가 분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급하다. HMM의 실적이 곤두박칠침에 따라 주가가 빠지고 있는데, 1000원씩 떨어질 때마다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자기 자본 비율(BIS)이 0.07%p씩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산은의 자금 공금 여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산은은 몸이 달아있는 상태다.
정책 금융 기관인 산은은 특성상 대규모 자금줄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HMM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1조8000억원 가량을 반도체 산업 지원·벤처 기업 육성 등 다른 분야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BIS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 신인도 하락과 시장 퇴출까지 가능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자 한다.
국제적으로는 BIS 비율이 8% 이상이면 양호한 편으로 인식하나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에 대해 13% 수준을 요구한다. 산은의 BIS 비율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 15.96%였지만 한국전력공사 대규모 부실 등 여러 문제 탓에 13.11%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HMM 인수 후보자로 언급된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은 모두 하나같이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인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던 LX그룹은 LG그룹으로부터 갓 독립했다며 전열 재정비를 이유로 극구 부인하고 있다. CJ그룹 역시 현금 흐름이 여의치 않아 HMM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되지 않는다.
한편 HMM 인수전에 공식 입장을 밝힌 곳은 SM그룹 외엔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적정 HMM 인수가로 4조원을 제시했고, 계열사까지 고려하면 4조5000억원까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그룹은 현재 대한해운·대한상선·SM상선·창명해운 등 해운 계열사들도 보유하고 있어 HMM까지 품게 되면 단숨에 글로벌 네임드 해운사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SM그룹의 현금 보유량은 전 계열사를 합해도 1조원 미만이다. 최대 3조5000억원은 차입해야 하는 셈이다.
산은은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대기업에 매각하고자 한다는 전언이다. HMM의 몸값은 지분율과 경영권 등을 모두 고려하면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SM그룹이 HMM을 인수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