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2023년 정기기획전 <모두의 글자, 한글> 전시를 7월 25일(화)부터 개막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 국학자료 최다 소장 기관으로 현재 60만 점이 넘는 자료를 기탁받아 보존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글자료만을 선별해 특별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한글자료들
이번 전시의 백미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만 볼 수 있는 한글자료들이다. 18세기 전국의 사투리[土俚, 방언]를 비교 분석해 기록한 강후진(康侯晉, 1685~1756)의 [찬집감영록](권7)은 지금 우리가 알기 어려운 당시 평안도·함경도·황해도의 사투리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서애 류성룡의 6세손 류운(柳澐, 1701~1786)이 서울에서 의금부도사를 역임할 당시 막 맞이한 서울출신의 며느리 연안이씨에게 보낸 50여 통의 한글편지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지방 출신의 시아버지와 서울 출신의 며느리는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한글편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도산서원 내사본인 [소학언해]와 논어·맹자·대학·중용의 언해본들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선조宣祖 때 교정청에서 행한 것으로 16세기 말엽의 국어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모두의 글자 ‘한글’에 담긴 우리 모두의 삶
시아버지와 한글편지를 주고받은 며느리 ‘연안이씨’는 내방가사의 대표적인 작품 ‘쌍벽가’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연안이씨의 작품 「쌍벽가」와 「부여노정기」 그리고 김우락 여사의 「조손별서」 등 내방가사 자료들도 관람할 수 있다. 내방가사는 지난해 202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에 등재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해창海窓 송기식(宋基植, 1878~1949)과 해창海蒼 조병국(趙柄國, 1883~1955)의 같고도 다른 삶을 보여주는 한글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기독교를 전파했던 조병국의 [종교창가별집]과 봉양서숙을 운영하며 유교를 교육했던 송기식의 [봉양가]인데, 두 사람은 만세운동으로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만난 인연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한문 위주의 시대에 중앙 정부의 한글 보급 노력은 어떠했는지, 근대전환기와 일제강점기의 한글 교육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을 사람들은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이번 전시에 담아냈다. 본원 소장 한글자료 특별전을 통해 한글의 본고장 ‘경북 안동’이 더욱 알려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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