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배합 다변화‧글로벌 트렌드 반영 등 각양각색 전략 눈길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라면업계 매운 맛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매운 음식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지속 확대되자, 국내 라면업체들은 제품들의 스코빌지수(SHU)를 앞다퉈 높이고 있다. 스코빌지수는 캡사이신의 농도 계량 방법으로, 매운맛의 단위다. SNS를 통해 이색적인 취식‧시식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이 활성화되다 보니 매운맛을 즐기는 콘텐츠의 전파가 빨라졌고, 마니아층도 견고해졌다. 매운 음식에 대한 인식 경계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 대비 매운맛이 2배 강해진 ‘신라면 더 레드(The Red)’를 한정판으로 출시, ‘이열치열’ 마케팅에 돌입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으며,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다.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후첨양념분말에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는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 향신 재료를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건더기는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의 양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소비자 참여형 신제품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도 선보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조합을 적용한 상품으로, 스코빌지수는 기존 신라면 큰사발의 3배에 달하는 6000SHU다.
팔도는 ‘왕뚜껑’의 매운 버전인 ‘킹뚜껑’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매운 컵라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존 왕뚜껑 대비 3배 높은 매운맛이 특징으로, 스코빌지수는 1만2000SHU다. 매운맛 원료인 ‘청양고추’와 ‘베트남하늘초’를 베이스로 사용했다. 스프량도 기존 왕뚜껑 대비 3g늘렸다. 매운맛 트렌드에 힘입어 킹뚜껑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5월 집계 기준, 1000만개를 돌파했다.
‘틈새소스’와 ‘틈새소스 핫소스’ 등 틈새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활용한 틈새소스 2종도 내놨다. 스코빌지수는 각각 6500SHU와 4500SHU다. 팔도의 매운맛 레시피를 라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에도 접목시키고 싶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획했다. 이번 틈새소스 출시를 계기로, 다양한 소비층 공략을 본격화한다. 적은 양의 음식도 맛있게 즐기고자 하는 ‘소식좌’,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하는 ‘모디슈머’ 등이 주요 타깃이다.
‘불닭신드롬’을 이끈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를 지속 선보이며, 매운맛의 다양한 변주를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불닭 제품이 현지 쇼핑이나 역직구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도 물량 완판 기록을 세우며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일본 쇼핑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야키소바불닭볶음면’과 불닭 대표 역직구 제품이었던 ‘불닭볶음탕면’은 소비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지난 6월 국내서도 출시됐다. 두 제품은 출시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약 600만개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앞으로도 해외의 특색있는 맛을 접목한 불닭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여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도 올 하반기 신제품 ‘마열라면’을 통해 불맛 전쟁에 가세한다. 아직 자세한 제품 스펙이 공식 공개되진 않았으나, 일부 커뮤니티 및 언론을 통해 마늘, 후추, 고추 3가지 매운맛을 활용한 라면임이 알려졌다. 제주 대정 마늘을 사용한 마늘후추블록을 후첨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오뚜기는 ‘열라면’을 통해 매운맛 강자 대열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12년 열라면에 들어가는 하늘초 고춧가루의 함량을 2배 이상 늘려 리뉴얼 출시, 스코빌지수를 2110SHU에서 5000SHU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 사전 설문조사, 자체 빅데이터 등 다양한 내부 지표를 통해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지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젠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닌, 다채롭고 색다른 원재료의 배합을 기반으로 맛품질을 갖추며 ‘맛있게 매운 맛’을 구현하는 지가 경쟁의 쟁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