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제도 2건 국회 논의…처벌도 강화해야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자영업자들이 보이스피싱에 시름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도화되고 있다. 사기범들은 자영업자의 자산을 탈취할 뿐 아니라 전달책으로 사용하는 등 ‘범죄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및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범죄 방법이 진화한다는 점에서 생업 현장의 호소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경기침체 시기에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지원 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관련 제도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제도도 급증하고 있어 실질적인 자영업자 및 소비자 보호 대책이 요구된다.
작년 보이스피싱 사례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건수는 2017년 2만4259건 대비 2022년 2만1832건으로 10% 감소했다. 반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17년 5685건 대비 2022년 8930건으로 57%나 늘었다.
최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은 다양화되는 추세다. 이미 검찰과 경찰 등을 사칭한 범죄가 등장한 바 있다. 지능형 범죄가 고도화되는 시점, 자금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사기범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접근해 대출에 필요하다며, 체크카드 발급 및 상품권 구매를 유도한다.
해당 범죄 유형은 자영업자를 전달책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신용한도가 없는 체크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거래실적을 쌓아야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수법이다. 사기범은 상품권 매입금액을 약속하지만, 해당 금액은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한 돈이다. 사실상 자영업자 명의 계좌가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계좌를 허위 신고로 지급정지 시킨 뒤 해제의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통장협박’도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요청건수는 2020년 3만3730건에서 2021년 4만5321건으로 1년간 34% 증가했다. 채권소멸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경우는 같은 기간 2만1794건에서 2만3750건으로 9% 증가했다.
현재 국회에는 통장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2건 발의됐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개정안은 지난 6월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7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제도화를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피해구제뿐 아니라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한 피해구제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에서 국회에서는 제도 법제화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면서 “최소한 국내에서 적발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도 강화해야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