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9.11 테러가 남긴 교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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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9.11 테러가 남긴 교훈을 잊지 말자
  • 윤규식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장
  • 승인 2023.09.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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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 성패, 운용하는 사람에 달려있어
윤규식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장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던 9.11 테러가 발생한 지도 벌써 22년이 지났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매년 이날 테러 현장인 옛 뉴욕 세계 무역 센터(WTC) 터인 그라운드 제로와 버지니아 알링턴 소재 국방부 청사(펜타곤), 펜실베니아 생크스빌 등 세 곳에서 사망자 추모 행사를 갖는다.

초강대국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받아 뉴욕의 상징인 WTC 빌딩이 무너지고, 철옹성이라던 펜타곤도 피해를 입었으니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를 입었으리라. 그러나 미국은 알카에다로부터 테러 공격을 받은 후 무엇이 문제였는지 크게 반성하면서 '9.11테러 조사 위원회'를 통해 향후 테러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 장비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9.11 테러 당시 미국의 보안 검색원들은 아웃 소싱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은 월급도 적고 처우가 좋지 않아 국가관이나 사명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적당히 근무 시간만 떼우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들이 보안 검색을 잘해서 19명의 테러리스트들 중 한 명이라도 덜 타고, 하이재킹 당한 비행기 4대 중 한 대라도 적었더라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공항의 안전을 책임질 국가 경찰 기구로 국토안보부 소속의 교통안전청(TSA)을 조직해 항공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보안 검색원과 특수 경비원을 모두 공무원으로 신분을 전환했다. 그 숫자가 무려 11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후 미국에서는 보안검색에 문제가 있어서 테러가 발생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기 힘들어졌다.

2017년 5월, 우리나라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소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을 하면서 보안 검색원과 특수 경비원들이 아웃 소싱 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해고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진데다 월급도 10% 이상 많아지고 복리후생도 좋아졌다. 그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근무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올해 3월 10일에는 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밑에서 권총 실탄 2발이 발견됐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보안 검색 실패다. 이어 4월 6일에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길이 21cm 흉기를 소지한 중국인이 적발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권총형 전자 충격기를 소지한 승객 엑스선(X-ray) 검색기를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보안 검색 실패 사례는 보안 검색원들의 해이한 근태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들의 신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만큼 비정규직 일때의 온정주의적 처분에서 벗어나 신상필벌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 직후 정부 당국은 3D·CT 엑스선 등 최첨단 검색 장비 도입 확대 등 15가지의 개선책을 발표했다. 물론 좋은 대책이지만 9.11 테러 사건에서 보듯이 중요한 것은 최첨단 장비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은 검색 초기 교육 과정부터 적용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안 검색원 초기 교육 40시간이 너무 짧고, 가장 중요한 CBT 실습 시간도 20시간에 불과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어렵다며 교육 시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방 바꾸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보안 검색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인공 지능(AI) 교육 시스템을 접목한 민간 교육 기관이 최근 출범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부설 한국보안인재개발원은 초기 교육부터 개인 맞춤형 엑스선 판독 실습 훈련을 실시해 물품별로 부족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키는 교육 방안을 도입했다. 보안 검색 실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민간 부문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항공 보안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차원의 배려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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