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한국 산업이 경기 성장세 둔화 속 자국보호주의 무역을 실시 중인 중국에서 눈을 돌려 성장성 갖춘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산업별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업 진출·확장 기회를 찾는 중이다.
유럽에서 최근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모비스는 북미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진행된 모빌리티쇼 IAA 2023에 참가해 배터리시스템(BSA), 동력전달(PE)시스템 등 전기차 관련 최신 장치를 소개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를 노린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모비스는 기술력을 앞세워 적극 영업한 결과, 최근 유럽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과 수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BSA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를 통해 향후 추가 수주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배터리 열관리 전문 기업인 한온시스템도 지난달 말 체코에 위치한 콘덴서 생산 공장의 증설을 추진하며, 전기차 제조사의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강화 중이다.
동남아의 완성차 시장도 현재 한국 기업의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신축·증축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 중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 등 전기차를 양산해 현지 판매하는 등 전기차 입지 강화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인구가 비교적 많고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정부도 수출 다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에 협의한 점이 최근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무 부처는 국가간 공급망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한편 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민관주체들이 노력한 결과 최근 중국 수출 의존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총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율은 2020년 25.9%, 2021년 25.3%, 지난해 22.8%에 이어 지난 1분기 19.5%까지 떨어졌다.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철강, 2차전지 등 주요 품목의 중국 수출 비중이 빠르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수입을 크게 줄이면서 한국이 안정적인 수입 수요를 보이는 중국 외 국가로 수출을 늘렸다”며 “또한 전기차, 2차전지, 차세대 반도체 등 신산업 (품목) 수출의 축이 중국시장에서 미국, EU, 베트남, 인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