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물꼬 틀까…기대 속 비관론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31일 만난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환담에 참석하기로 하면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여야 극한 대치 정국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시정연설 때 모임에 이 대표가 참석하기로 했다"며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대표의 결단으로 참석하기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당내 반대 의견 등으로 사전환담 참석을 고심했지만, 결국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현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마주하는 첫 자리인 만큼, 정치권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잠시 마주쳐 가볍게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시정연설 분위기는 파국 자체였다. 시정연설 직전 검찰이 민주당 중앙 당사를 압수 수색하며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에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의 시정연설 청취를 보이콧했다. 사전환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도 불발됐다.
이에 이번 환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대화 내용과 분위기에 따라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현 정국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사전환담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 외 5부 요인(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감사원장)도 참석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국정에 대한 깊은 논의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만남을 연달아 거절 당한 상황이어서 이번 환담만으로 이들의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사전환담보다 소규모 단위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참석을 결정한 것은 제1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을 만나 민생 과제를 제안함으로써 국정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벗은 만큼,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도 읽힌다.
다만 전문가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일회성 만남으로 여야의 대치 국면이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이 극단적인 이념 대결로 가는 상황에서 한쪽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 환담에서 겉으로는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국회 운영에 있어서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는 협치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