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양사 합병에 따라 알짜 사업이 매물로 나오면서 LCC 업계들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어서다. 중·단거리 노선 운항 사업을 중점으로 둔 LCC 업계가 화물, 장거리 노선에도 발을 들이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에 따라 아시아나 화물 사업, 유럽·일본 일부 노선 등 알짜 사업들이 매물로 나와있다. 이 사업들을 어떤 항공사가 가져가냐에 따라 LCC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제주항공은 화물기 2대를 들여와 일찍이 화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를 희망하는 LCC들은 제주항공을 비롯해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4곳이다. 이들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 예상가는 최대 7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곧 적격인수 후보를 추린 후 본 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종 매수기업 선정은 올해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수자를 선정하더라도 유럽연합(EU)의 승인을 거쳐야 매각이 가능하다.
아시아나는 화물 부문에서 연평균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어떤 기업이 이를 인수하냐에 따라 LCC 업계 매출 순위가 급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티웨이항공이 LCC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첫 유럽 노선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 취항일을 오는 5월로 확정했다. 지난 2020년 5월 크로아티아 운수권을 확보한 지 약 4년 만이다.
티웨이항공은 크로아티아에 이어 캐나다 밴쿠버 노선 취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LCC 최초로 밴쿠버 노선을 주 4회 정기 운항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독점 해소를 요구했고 티웨이항공이 이를 넘겨받기로 하면서 앞으로 유럽 노선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티웨이항공으로 유럽 노선이 이관되면 티웨이항공이 누릴 수 있는 매출 특수는 연간 4000억원~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 LCC 매출 1위 자리도 넘볼 수도 있다.
그간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순으로 유지되던 LCC 매출 순위가 지난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순으로 뒤바뀌면서 티웨이항공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라 통합 LCC 출범도 변수다. 통합 LCC 규모는 현재 아시아나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LCC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를 포함해 총 54대의 기재를 운영할 수 있다. 통합 LCC가 출범하게 된다면 제주항공 42대, 티웨이항공 30대와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LCC 업체들도 이 기회에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