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유럽노선·화물 반납 요구…"LCC 업계 판도 흔들린다"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 키우기에 나서면서 향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초대형항공사(메가케리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두 항공사 합병 과정에서 나온 화물 등 알짜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항공사들의 규모 키우기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글로벌 10대 항공사 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LCC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 확대, 화물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EU가 조건부 승인을 함으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만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7위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메가케리어' 반열에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대한항공이 EU의 완벽한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선 알짜 사업을 반납해야 한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통합 시 화물사업부문과 여객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EU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티웨이항공에 순차적으로 인천~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화물사업 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LCC인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면서 LCC 업계의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운항 노하우를 쌓기 위해 오는 5월 16일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운항한다. 이후 6월 프랑스 파리, 8월 이탈리아 로마,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순으로 유럽행 노선 항공기를 띄운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으로 누릴 수 있는 매출 특수는 연간 4000억원~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 LCC 매출 1위 자리도 넘볼 수도 있다.
그동안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순으로 유지되던 LCC 매출 순위가 지난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순으로 뒤바뀌면서 티웨이항공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전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인수를 희망하는 LCC들은 제주항공을 비롯해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4곳이다. 이들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 예상가는 최대 7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부문에서 연평균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어떤 기업이 이를 인수하냐에 따라 LCC 업계 매출 순위가 급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각 자회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들의 통합 LCC 출범도 변수다. 통합 LCC 규모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합 LCC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를 포함해 총 54대의 기재를 운영할 수 있다. 통합 LCC가 출범하게 된다면 제주항공 42대, 티웨이항공 30대와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쏘아올린 공이 업계 전반적으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진 각 항공사들의 규모 전망이 어렵다"며 "LCC들은 이번 기회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해 규모 키우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