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재정 조달·사업 안전성 입증 필요성 제기…"세부 전략 발표해야"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제4이동통신사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통신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관사인 스테이지파이브가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한 점도 출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총선 이후 거야(巨野) 구도가 형성되면서 제4이통 유치 등 통신 정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제4이통 유치 과정에서 신규 사업자의 재무건전성 등 재정 능력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기간통신사업자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됨에 따라 사실상 정부가 사업자들의 재정적 능력을 실질적으로 심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정부는 주파수 할당신청 고시에 할당심사 단계에서 재정·기술적 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면제하는 규정을 그대로 존치했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재정능력 부족으로 제4이통사업 안착에 실패한다면 시행령과 주파수 할당신청 고시를 개정하는 주체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규정을 폐지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보다 6배 가량 높은 4301억원을 적어내 신규 통신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다음달 4일까지 할당대가 10%(430억원)을 납부하면 기간통신사업 등록과 함께 28㎓ 통신 서비스 구축을 본격 시작하게 된다.
스테이지엑스는 3년 내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흑자 달성 목표를 제시하며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정부 금융지원 최대금액(약 4000억원)을 제외한 초기자본 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향후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와 1000억원대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 공동 이용(로밍)을 위한 코어망 구축에는 총 1827억원을 투입하며, 주파수 낙찰 금액(4301억원)의 경우 올해 10%를 납부한 뒤 차액은 5년간 분할 납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투자되는 금액은 총 5년간 6128억원이다. 이와 함께 모든 운영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비용 절감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스테이지파이브의 지난해 적자 확대로 제4이통 출범 및 시장 안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제4이통 사업 추진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36% 늘었다. 같은해 매출은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9% 증가했으나, 인프라 투자 등 판매·관리비가 199억원에서 437억원으로 늘면서 적자 폭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파이브는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설비투자금과 상환전환 우선주 형태의 외부투자 유치금이 부채로 잡혔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올해는 구조 및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가 향후 제4이통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추가적인 재정 조달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지엑스가 약속한 자본 확충과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정부 지원에 의지해 통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8㎓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에서 "사업 수행 역량, 시장 진입 후 자생력 확보 및 성공 가능성, 먹튀 가능성 등 우려가 적잖다"며 "국민과 정부에 약속한 자본 확충과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잘못된 지원'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사업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자금 조달 계획 및 규모, 주주 구성, 컨소시엄 참여사, 인력 구성, 시리즈A 투자 유치 등 세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5G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정한 만큼 이용자의 통신사 선택, 번호이동 결심 등을 유도하고 싶다면 빨리 시장에 전략을 발표해야 한다"며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클라우드 방식 망구축 세부 방안과 통신망 안정성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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