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대우·DL 등 메이저 건설사 상단 '불명예'
"최저가 입찰·외노자 급증·무리한 공기 요인"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10년 전까지 연간 2000여건에 불과했던 아파트 하자 판정 건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4500건으로 급증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더해진 최저가 입찰·낙찰제와 단순직 외노자(외국인 노동자) 급증, 무리한 공사 기간 설정 등이 복합적으로 불러온 결과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21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2014년 약 2000건이던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지난 2월 집계 기준으로 연평균 4300건으로 늘었다. 연도별 하자 접수는 △2019년 4290건 △2020년 4245건 △2021년 7686건 △2022년 3027건 △3313건 등이다. 최근 5년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하자 분쟁 신청·처리 건수가 과거에 비해 2배 넘게 폭증한 셈이다.
원도급사 기준(2019년 1월~2024년 2월 접수·판정) 시공 능력 상위 대형사 가운데 △GS건설(3284건 접수·1646건 판정, 50.1%) △대우건설(1886건·360건, 19.1%) △DL이앤씨(777건·326건, 42.0%) △롯데건설(839건·221건, 26.3%) 등에서 하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주요 중견 건설사 중에선 △계룡건설산업(1002건 접수·533건 판정, 53.2%) △대방건설(979건·513건, 52.4%) △SM상선(821건·413건, 50.3%) △대명종합건설(1430건·368건, 25.7%) △대송(404건·249건, 61.6%) 등에서 하자 민원과 실제 판정이 가장 빈번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은 지난 2018년 기준 하자 판정 건수가 각각 63건, 15건에 달해 최상단에 올랐었지만, 이후 하자 접수 및 판정 건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주요 하자 신청 유형은 침하·소음·악취(기타) 등이 43.1%에 달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뒤이어 기능불량(10.1%), 균열(9.1%), 들뜸·탈락(9.1%), 결로(7.5%), 누수(6.1%) 오염·변색(6.0%) 등의 순이다.
이처럼 시공사 규모와 무관하게 부실시공 및 심각한 하자 문제가 잇따르자, 경영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공개 사과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이 시공 중이던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주차장 붕괴로 임병용 당시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과한 데 이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전남 무안에서 시공한 힐스테이트오룡 사전점검에서 무려 6만여 건에 육박하는 무더기 하자 신청 등으로 시공 품질이 논란이 확산하자 홍현성 대표이사가 사과 후 책임 보수를 약속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 시공 불량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자 아파트 사전점검 전문 대행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상황마저 전개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화상 카메라, 라돈 측정기, 수직·수평을 측정하는 레벨기, 공기질 측정기 등을 동원해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을 대행하고 있다. 이들은 첨단 장비를 통해 누수·단열·보일러 배관 등을 확인하고 일부 업체는 하자 접수 대행은 물론 수리 완료 점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아파트 하자 급증과 관련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업체들의 원가 절감 문제와 고질적인 최저가 입찰·낙찰제, 불법 하도급 관행, 인력난으로 인한 단순직 외노자 급증, 관리 부실, 무리한 준공 목표 설정 및 공기 단축 등이 빚은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 일각에선 지난 2020년부터 급증한 건설·화물 노조의 파업과 현장 셧다운, 철콘 연합과의 마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장 폐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견해도 많다.
외부 요인으로 공사 중단이 빈번했지만, 기계약된 공기를 연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마감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법상 '입주 45일 전 이틀'로 정해진 사전점검을 강행해 하자 접수가 급증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사 A 관계자는 "마감 공사까지 마치고 입주예정자 점검을 진행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장이 많다"면서 "입주가 지연되면 시공사가 지체보상금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하자 처리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주장에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주택 전유부분과 주거 공용부분의 시공이 끝난 후 사전점검이 진행된다.
시공사가 마감을 끝낸 상태에서 입주자들이 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되는 것이다. 아울러 자재 수급 문제 등 불가피한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면 사전방문 기간도 최대 15일까지 연기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