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들과 공존하는 변경(邊境)을 촉발하는 무대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은 두산아트센터와 공동기획한 연극 <당연한 바깥>(작 이양구/연출 송정안)을 오는 7월 20일(토)부터 8월 4일(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이렇게 갈라진 바위틈처럼 좁은 길로 오가는데. 긁히지 않고는 지나갈 수가 없네.”
<당연한 바깥>은 어떤 탈북 브로커의 극적 여정을 따라간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은 각자가 놓인 현재 위치에 의해 결정된 듯 행동하지만, 때로는 그 위치를 태연하게 넘나들기도 한다. 그들이 자리한 상황은 마치 우리의 불안한 현실처럼,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곳의 균열이 그러하듯, 지진을 품은 지반은 새로운 틈을 만든다.
이 극은 ‘탈북’이라는 소재를 경유해 서로 다른 세계의 조우 가능성을 타진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리기 어려운 억양처럼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해의 차이를 주목하며, 국경과 경계를 새로운 통로의 출현으로 견인한다.
<당연한 바깥>은 날카로운 직선의 경계를 구축해온 근대사회를 가로지르며 서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제와 분리의 경계선 대신, 공존하는 변경(邊境)에 대한 상상을 촉발한다.
이 작품은 일상의 미시적 삶에서부터 사회적 갈등/국내외 정치 외교적 갈등, 신냉전에 이르기까지 극단적 이분법을 향해 치닫는 동시대 현실에 대해 연극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작품은 혜산 → 장백 → 베이징 → 쿤밍 → 루앙 남사 등 동아시아 지역 도시들을 다양하게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장면의 배경적 특색과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장소성’을 구현하고 그 안에 놓인 인물의 생경함과 변화를 뚜렷하게 시각화하는 것이 이 작품의 무대 연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 위 배우는 맡은 역할에 따라 인물 간의 관계, 인물과 공간 간의 관계에 유념하여 유기적인 위치 선정 및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무대는 등장하는 장소만의 특징과 상징을 은유, 비유적으로 시각화되고, 각 장면의 경계, 분리가 종국엔 공존과, 통합으로 변화하는 극적 상상력을 촉발한다.
<당연한 바깥>은 2023년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제3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이양구 작가의 신작으로, <수탉들의싸움_COCK>, <작은 아씨들>, <FBW> 등에서 인물과 드라마를 탄탄히 구축한 송정안 연출과 호흡을 맞춘다.
2019년 제56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고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 강지은이 탈북 브로커 ‘여자’역을 맡았고, 국경과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로 배우 공상아, 김효진, 우범진, 장석환이 출연한다.
연극 <당연한 바깥>은 6월 20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