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20개 방산업체서 수만명 채용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는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이 방위비 지출을 확대하자 미국과 유럽의 방산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2022년 막대한 방산 수요에도 생산이 부족해 매출을 놓쳤던 기업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감히 몸집을 키우는 분위기다.
1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20개 주요 국방·항공우주 기업들은 올해 수만명의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0개 기업은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3만700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3대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채용 규모는 6000명에 달한다.
유럽 방산업체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대표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는 올해까지 6000명을 뽑고, 2028년까지 최대 1만 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톰섀도' 미사일을 생산하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합작 기업 MBDA 또한 올해 2600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인력의 17%에 달한다.
독일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를 생산하는 라인메탈 또한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에서 수백명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방공센서 제조업체 헨솔트는 올해 7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영국 BAE시스템스, 프랑스 탈레스 등도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들의 채용 직급은 신입사원부터 경력 임원직까지 다양하고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버보안 분석가 △용접공 △기계공 등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얀 피 유럽 항공우주방위산업협회(ASD) 사무국장은 "냉전 이후 주문량이 단기간에 가장 많이 증가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같이 고용이 폭증한 이유는 전 세계를 감도는 전운 때문이다. 전세계 방산업체들은 코로나19 당시 인력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나아가 중국의 대만 침략 가능성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각국은 안보 강화 필요성을 느꼈고 무기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진(西進) 야욕을 억제하기 위해 방위비를 늘리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022년 3월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더해 방산업계에서 신(新)기술 경쟁이 붙은 점도 대규모 인력 채용의 배경이다. FT는 "디지털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방산업계에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많은 각국 정부나 주요 방산업체들은 인재를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학,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민간과 군의 핵 사업을 지원하는 인재교육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2030년까지 핵 방위 분야에서 최소 3만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자국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방산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FT는 "방위산업 특성상 추가적인 당국의 보안 허가가 필요한 일자리가 많다"며 "자국 내에서 인력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