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환경 위기 시대, 건축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사무소 씨아이이(de Architekten Cie)가 ‘순환성(Circularity)’의 개념을 건축에 적용한 혁신적 시도들을 담은 책 <순환건축>이 공간비전기획 회사 JLP 인터내셔날(이하 JLP)에 의해 번역 출간돼 화제다.
씨아이이는 1948년 설립 이래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축의 미래가 자원의 선순환에 있음을 확신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순환건축은 단순히 친환경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 아닌, 건물의 설계와 시공, 해체와 재활용까지 전(全)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혁신,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JLP는 부동산 개발 및 공간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사업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기획하는 회사다. 창립 시점부터 미래의 공간 변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개발의 방향에 대해 주목해 왔고 특히, ABCD(Architecture, Building, Construction, Development) 업계에 ESG를 소개한 바 있다. 지속적으로 ESG를 접목한 솔루션과 이에 대한 실천을 연구하며 건축업계의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던 중 씨아이이 순환건축 사례에 주목했다.
책에서는 암스테르담의 ‘EDGE 암스테르담 웨스트(Amsterdam West)’, 아인트호벤의 ‘자전거 주차시설’, ‘Circl ABN AMRO 파빌리온’ 등 씨아이이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사례들을 통해 순환건축의 원리와 효과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들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건물의 수명과 이의 일시적 속성을 인정하고 해체와 재활용을 설계 초기부터 고려했다는 것이다. 자재, 부품, 공간 활용에 있어 경제적 가치도 높이며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혁신적 시도들이 돋보인다.
대표적 사례로는 암스테르담의 EDGE 암스테르담 웨스트 건물이다. 1970년대에 최초 설계된 이 건물은 순환건축 개념으로 리모델링돼 건물 가치가 6.5배나 상승했다. 특히 오피스 건물의 자산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업무 생산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건물의 자연채광 극대화, 에너지 효율 개선, 건강과 지속가능성 강조 등이 돋보이는 사례이다.
책은 건축의 순환성에 있어 단순히 친환경 요소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건물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접근한다. 설계 초기부터 건물 해체와 재활용까지 고려한 ‘해체 계획(Deconstruction Plan)’, 건물의 모든 구성 요소와 예상 수명, 관리지침을 담는 ‘빌딩 패스포트(Building Passport)’, 그리고 이것을 3D 모델로 구현해 건물의 전 생애주기와 이에 따른 정보를 담고 궁극적으로 건물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돕는 ‘BIM 모델’ 의 중요성 등 혁신 개념을 제시한다.
또한, 순환건축은 자재 생산자, 설계자, 시공사는 물론 투자자와 건물 사용자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요구한다.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통합적 혁신인 셈이다.
책의 저자는 “순환성의 가치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씨아이이가 리모델링한 건물들은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등 순환건축의 경제성도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순환건축은 기술적 해법을 넘어 건축의 미래상을 제시해 건축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JLP는 “책의 선도적인 사례를 통해 순환건축에 미래 대응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며 “순환건축은 ESG를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의 하나며 이 책이 건축계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순환성의 가치를 확산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순환건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후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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