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도 선진국에 비해 금융지원 부족…"경각심 가져야"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글로벌 복합 위기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업종 간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어려운 외부 환경을 대응해 나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는 아직도 표정이 밝지 않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방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음에도 화학제품 수요 개선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3분기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석화 제품의 수요 회복 지연과 운임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초 성적표를 공개하는 롯데케미칼은 2분기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영업손실 1353억원)보단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이익 495억원)와 비교해 어려운 업황을 반영했다. 폴리에틸렌(PE)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올라 적자 규모는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불황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초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TF)'를 출범시켰다. 당시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대책을 지난 6월 말까지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업체들 간 비용 효율화 방안조차 합의되지 못하며 깊이 있는 구조조정 논의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업계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들이 국내 석화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는 데 이어 기업들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원하는 등 구조 조정에 나섰다. 일부 기업들은 설비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업종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 재편 관련 인센티브를 비롯해 원가절감을 위한 산업단지 내 기업 간 협력 강화, 정책 금융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산업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황이다.
K-방산은 연일 수주 낭보를 울리며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도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세일즈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속도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수출금융지원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려주는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1년에 2조원씩 단계적으로 증액하는 방식이라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자금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규모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문제는 폴란드와 6조원 규모에 달하는 K9 자주포·천무 다연장로켓의 2차 이행계약 협상이다. 다행히 지난 6월로 예정됐던 금융계약체결 기한이 오는 11월로 연장됐다. 현실적으로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낮지만, 최근 미국이 폴란드에 미국산 무기 구매용으로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경쟁국들이 금융지원을 늘리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유럽 내 한국의 방위산업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만큼 계약을 서둘러 마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을 두고 더 이상 K-방산의 독무대가 아닐 수 있다"며 "폴란드에서 입지를 잃는다면 동유럽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