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대출과 각종 금융 파생상품의 지표금리로서 코파(KOFR)를 정착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동안 지표로 주로 활용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부족한 CD 거래량 등 탓에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KOFR) 활성 과제’ 콘퍼런스를 통해 이런 방침과 계획을 발표했다.
무위험 지표금리는 거래 규모가 충분하고 실거래에 기반해 금리 담합이 어려운 초단기 금리(콜금리·환매조건부채권금리 등)를 기초로 산출되는 지표금리를 말한다. 다른 선진국들이 각자 개발한 대체 지표금리를 정착시킨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코파가 거의 쓰이지 않고 현재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CD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은과 금융위는 지난해 6월 협의회를 구성하고 CD에서 코파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유관기관·시장참가자도 참여하는 민·관 워킹(실무)그룹도 출범시켰다.
전환은 △코파 확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 조성 △기간별 코파 활용 목표치 제시·코파 점유율 확대 △CD금리 중요지표 해제 3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은·금융당국은 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 신규 거래 시 일정 비율 이상 코파와 OIS(초단기 금리) 거래가 이뤄지도록 행정지도하고, 한은 공개시장운영(OMO) 대상 기관 선정 단계에서도 코파 거래 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다.
코파가 정착되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출금리 등의 지표금리로서 코파를 활용하면, CD보다 금융시장 여건을 더 빨리 반영해 금리 예측 가능성이나 투명성이 개선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각 은행이 출시한 코파 대출 상품간 가산금리를 소비자들이 직접 쉽게 비교할 수도 있다.
특히 코파가 통화정책 파급 경로의 출발점인 초단기 시장에서 결정되는 익일(다음날)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인 만큼, 한은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동돼 통화정책의 유효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될 경우, CD 금리는 하방 경직 성향이 강해 이를 지표로 삼는 대출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파가 대출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면 기준금리와 함께 빠르게 낮아져 이자 부담 경감 효과 등이 커진다.
다만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현재 CD만을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대출 상품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를 산출할 때 CD 금리가 일부 영향을 미치고, 고정금리의 대부분은 은행채(금융채) 금리를 지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국제 표준에 맞는 지표금리가 정착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커져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채권 매입 등 금융 거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