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주기업 63.2%, 중소기업
"정부 예산 확대·제도 뒷받침 必"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사업의 주축이 민간기업으로 전환되는 뉴 스페이스(NewSpace) 시대가 열렸다. 한국도 올해 우주항공전담기관이 생기면서 항공우주업계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이에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과 입법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시장(발사체·위성제작·지상장비·위성서비스)는 2020년 2903억달러에서 2040년 5137억달러로 연 평균 3.1% 성장할 전망이다. 2차 효과와 위성 외 사업까지 포함하면 2040년경 1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팽창하면서 주요국들의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주요국들은 우주산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며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예산에서부터 세계 주요국 대비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 미국의 우주 예산 규모는 한국의 7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턴트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각국 우주 예산 규모는 미국 476억9000만달러, 중국 88억5000만달러, 일본 33억2000만달러다. 반면 한국은 7억2000만달러에 그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우주산업실태조사 결과, 국내 우주기업 359개 중 63.2%가 매출 1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수입을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등 성장에 한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국제무대에 진출하려면 정부 예산을 늘려 전체 사업 규모부터 키워야 한다"며 "특정 업체가 독식하는 현재 방식이 아닌 여러 민간 우주 산업체에 골고루 재원이 흘러갈 수 있도록 전체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민간 주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3월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 강화 계획'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비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우주항공청이 개청됐다.
우주항공청이 범부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우주항공청의 일부 부문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는 등 전문 인력 확보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어서다. 또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한계 속 공항, 철도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우주항공청에 근무할 전문가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돼 근무 기한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두고도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직 공무원과의 임금 차이로 인해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다지만, 채용 기간이 최대 10년에 그친다는 점은 고용 불안정을 우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 특별법 등 입법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주항공청 입지 지역을 우주항공복합도시로 조성해 행정·산업·주거시설 집적화로 정책 효율성 제고, 민관 협력 소통 채널 확보 등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건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주 산업의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우주 선발국과의 직접 경쟁은 쉽지 않다"며 "한국형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우주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