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 5개사 부회장 겸직…4인 부회장단은 용퇴
SK·현대차·LG도 부회장단 대거 축소…‘오너家’ 회장 힘 집중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오너가(家) 3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오너’ 부회장의 계열사 임원 겸직 수를 늘리는 동시에 그룹 부회장단은 줄이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HD현대가 각각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에게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80년대생’인 김동관(1983년생)·정기선(1982년생)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해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두 사람은 각자 그룹 대표로 경제사전달에 참석한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총수 자리에 있지만, 공식적 대외활동은 부쩍 줄였다.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경우 직접 기업경영은 오래 전에 손을 뗐고 ‘대주주’로서 자리하고 있다.
한화·HD현대는 내부적으로도 인사 개편을 통해 두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 부회장은 겸직을 통해 직접 관여하는 계열사를 늘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대표이사 인사를 통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에 내정됐다. 기존의 (주)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사 전략 보문 대표에 이은 네 번째 겸직 대표다. 정 부회장 또한 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총 5개다.
두 사람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계열사들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모두 중요한 회사다. (주)한화는 그룹의 지주사고,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태양광과 방산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계열사다. 김 부회장이 새로 맡을 한화임팩트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담당한다. HD현대 또한 그룹 지주사고, HD한국조선해양(조선), HD현대오일뱅크(에너지), HD현대사이트솔루션(건설기계)는 각 사업부문에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기존의 부회장단을 2선으로 이동시켜 ‘1인’ 오너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양상도 유사하다. 한화그룹에서는 지난 5월 금춘수 수석부회장에 이어 지난달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HD현대도 최근 2년간 네 명의 부회장들이 연이어 2선 후퇴했다.
국내 산업계는 그룹 부회장단을 축소해 오너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SK그룹에서는 지난해 조대식·박정호·김준·장동현 부회장단 모두가 경영 일선에서 빠졌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 최재원·최창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사장급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정의선 회장 체제를 구축하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부회장단 전원을 용퇴시키고, 현재 사장급으로 계열사 CEO를 채웠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6인 부회장단 모두가 용퇴해 현재는 신학철·권봉석 ‘2인’ 부회장단으로 축소됐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의 첫 외부 영입인사고,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체제 유일한 부회장 승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