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행위 수익 과태료보다 커, 해외발 스팸 증가세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체불명의 문자전송사업자와 업체가 난립해 이용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정부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토로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 ‘최근 5년간 휴대전화 스팸 신고 건수 및 유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고 건수는 2억1722만5990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7%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도박 광고가 8212만2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식·투자 관련 스팸(6066만7599건) 및 성인 콘텐츠와 불법 등이다.
스팸문자 형태도 다양해졌다. 일례로 최근 온라인 부고장을 이용한 스미싱이 성행했다. 부고장을 받았을 때 직접 전화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문자메시지 내 URL을 클릭하면 몰래 악성 앱이 설치돼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빠져나간다.
KT 브이피 관계자는 “다양한 수법의 사기성 스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그 수법은 날로 지능화됐고 휴대폰 사용이 상대적으로 미숙한 이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스팸문자를 전송해 얻은 이익이 법률을 위반해 받게 될 불이익보다 큰 점과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맞물려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에게는 해당 서비스가 불법 스팸에 악용됨을 알아도 해당 역무제공을 거부하는 등 조처하지 않을 시 최대 3000만원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최근 국회에서 과징금 수준을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 이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자재판매사업자 등록 요건을 자본금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 2조원대 규모인 문자발송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자격 미달 사업자가 유입됐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불법 스팸문자를 대량 유통한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지만 적절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팸은 줄지 않아 대한민국의 디지털 공간은 어둠의 거리로 바뀌고 있다”며 “관련 대책도 이용자 주의에 맞춰져 있어 불법 스팸으로부터 개인정보와 재산권을 안전하게 지킬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 인증제’ 시행을 알렸다. 불법 스팸을 방지하고 문자유통시장 건전화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대량의 문자전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자재판매사업자는 서비스 시작 전 문자중계사업자로부터 전송자격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해당 발표 직후에도 추석을 앞둔 지난 8월까지 스팸 피해는 늘어 이미 2억건을 넘겼고, 사업체 난립에 따른 과태료 징수 및 관리 감독도 소홀한 실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문자재판매사업체는 총 1184곳이다. 하나의 사업체가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실제 인터넷발송문자서비스 숫자를 파악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불법 스팸 관련 과태료 체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체납액은 504억원으로 90% 이상은 5년 이상 장기체납 상태다. 체납자 재산 부족과 소재불명 등 이유도 다양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과태료 징수율을 높이고자 특별대책반을 운영했지만, 징수율은 10%대에 머물렀다. 과태료 징수 담당 인원은 44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정원 미달이다. 일부는 다른 업무에 파견돼 징수에 투입되지도 못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측은 “올해 상반기 스팸 급증은 문자발송사업자 난립이 주된 원인”이라며 “해킹 의혹에 대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무엇보다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발 스팸이 늘어난 점도 우려되는 요소 중 하나다. 방통위에 따르면 해외 발송 스팸문자 비중은 지난 2019년 1.6%에서 지난 2023년 13.7%로 늘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 해외에서 발신되는 불법 스팸이 늘어나 이에 대한 제재를 취하고자 국제스팸대응협의체 등과 협업해 대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통신망에서 문자 내용을 확인한 뒤 걸러야 하나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사법당국 역량을 집결해 불법 스팸 전송자를 수사 및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 및 문자재판매사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모니터링과 제재 수위도 함께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실 측은 “대량문자 발송사업자를 관리한 뒤 사전에 스팸문자를 차단하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법적 조치를 강화해 체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징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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