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회장 비호하거나 사건 은폐하려 한 적 없어"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맹탕으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4대 금융그룹 회장 중 처음으로 국감 증언대에 서면서 은행권 안팎에서 관심이 쏠련 것이 무색할 정도다.
국회 정무위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금융위원회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임 회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과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한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에 대해 답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수백억원대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우리은행의 현 경영진이 불법을 인지하고도 보고‧공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손 전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을 지난해 9월쯤 인지하고 올해 1월~3월 1차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임 회장에 보고가 된 건 3월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해당 사실은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임 회장은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직의 안정, 내부 통제 강화, 기업 문화 혁신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차 조사 이후 사건이 엄중해 2차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그 와중에 금감원의 발표가 있었다. 손 전 회장 등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하며 사죄의 뜻을 표했으나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책 등 유의미한 논의는 없었다. 정무위 국회의원들의 질의 역시 날카롭지 않았다.
이런 탓에 금융업계 일각에선 임 회장의 이례적인 국감 출석을 놓고 현재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M&A(인수·합병)를 완수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과 함께 동양·ABL생명 M&A와 관련한 적정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에 대한 기관 제재가 취해진다면 동양·ABL생명 인수는 무산될 수 있는 만큼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