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 정율성 기념사업 반대 고조… 광주 역사공원 철폐 목소리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된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보훈가족이 참여한 정율성공원조성철폐범시민연대는 광주에서 열린 제50차 정기화요집회에서 공산주의자였던 정율성을 기리는 것은 광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강기정 광주시장이 그간의 반대 운동과 보훈 단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책임을 물었다.
정율성은 한국전쟁 시기 중공군 군가를 작곡하며 중국 공산당에 협력한 인물로,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광주시는 한국과 중국 간 우호 관계를 이유로 그를 기리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8년에는 총 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정율성 역사공원을 설립하고, 정율성 거리 및 흉상 등을 조성했다. 하지만 보훈 단체 및 지역 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자 기념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의문과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시민들은 정율성 기념사업을 통한 실질적 성과가 전무하다며 그간의 예산 투입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성과 통계가 전혀 없고, 구체적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남구청장 황일봉 씨는 “중국이 광주로 관광객을 보내면 민주화 요구로 이어질까 우려해 중국 관광객 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대 측은 “광주 시민의 혈세가 낭비된 실패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정율성의 생가로 홍보된 장소 또한 진위를 의심받고 있다. 광주 양림동과 불로동 두 곳에 각각 생가가 복원되었으나, 시민연대는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생가에 대해 광주시가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훈가족들은 “세금을 사용한 행정과 사업이 이렇게 부실하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훈 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업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6.25전쟁의 참화를 겪은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자로 평가받는 정율성을 기념하는 것은 모순적이며, 이는 시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져 더욱 논란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민연대 측은 “정율성을 기리는 사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과 상충되며 비합리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강기정 시장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해 보훈가족 및 시민단체들은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시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강 시장이 “유족회와 미망인회와 여러 차례 면담을 했다”는 발언에 대해 연대 측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 시민은 “강 시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광주는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항의에 ‘똑바로 해’라고 대응했다”며 “시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강 시장이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은 광주 시민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해 광주 지역 학생들 가운데 60% 이상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남 화순의 능주초등학교에 설치된 정율성 벽화와 교실은 학부모와 동문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미 철거된 상태다. 이에 광주 불로동 정율성 역사공원도 기초공사만 완료됐을 뿐 공원 명칭이나 내부 콘텐츠 등 구체적인 조성 내용은 확정되지 못한 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보훈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정율성을 기리는 사업 대신 광주가 지켜온 독립, 호국, 민주 정신을 기념하는 근현대 역사공원 조성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조성된 정율성 거리 명칭을 변경하고, 거리 전시관 역시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대는 “광주공원 내 현충탑 주변을 보훈공원으로 정비하라”고 요구하며 “강 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과 함께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철폐를 위해 광주시민의 여론을 모아 강기정 시장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이 사안이 민주화와 자유를 지켜온 광주의 정신에 걸맞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