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한미FTA 협상의 막판 정치적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의 분위기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대부분이 FTA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 중심의 민생정치준비모임은 12일 끝난 한미FTA 8차 협상과 관련, “정부는 국익과 민생에 반하는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적 토론을 거쳐 협상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생정치준비모임은 13일 성명을 통해 “우리가 제시한 한미FTA의 5대 마지노선‘을 정부가 지켜낼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민생정치준비모임이 제시한 5대 마지노선이란 △투자자-국가간 중재제도 도입 등으로 나라의 주권과 공공정책권이 침해되는 것 △광우병 우려가 있는 뼈있는 쇠고기가 수입되는 등으로 국민의 생명.건강권과 민생경제가 직접적으로 위협당하는 것 △교육과 영화.방송 등의 미래성장동력을 훼손당하는 것 △세이프카드 등 금융자위권이 무너져 제2의 외환위기를 방어할 수 없게 되는 것 △미국의 무역구제법으로 인해 여전히 수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 등이다.이들은 이어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역구제 등 핵심쟁점의 경우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고위급회담이라는 밀실회담을 통해 이른바 ‘빅딜’이라는 형태로 내주고 퍼주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이 같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한.미간의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또 그것이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회도 국민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이와 관련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는 반의회적 행태”라며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를 국민의 이해와 동의없이 졸속으로 처리하고자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꼬집었다.이들은 “졸속으로 추진되어 온 한미FTA 협상은 절차성의 비민주성과 부당함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나라와 국민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의료비 지출의 증가 등 서민생활의 불안정과 양극화의 심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고위급. 정상급 회담을 포함한 일체의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적 토론을 거쳐 차기 정부로 넘길 것 △한덕수 총리지명자가 한미FTA 돌파 내각을 지휘할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 △한미FTA의 졸속협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연석회의 △정부가 협상을 계속할 경우 국민과 함께 협상준단 투쟁 등을 제안했다.이런 가운데 민생정치준비모임을 포함한 정치권은 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의견표명을 원천봉쇄하고 취재기자를 폭행하며, 계엄시기에도 있을 것 같지 않은 공항봉쇄를 통해 이전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인간존엄성 파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현재 정치권은 지난 10일 한미FTA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시위 참가자와 취재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해 “집회시위 및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비민주적 폭거”라고 비판하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파면 및 관련자 문책을 요구 중이다.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앞서 12일 논평을 통해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경찰이 무더기로 폭행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야만적 폭거”라고 주장했고,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과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 역시 “한미 FTA는 국익과 직결돼 있는 문제로 이에 대한 의사표시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면서 “무리한 진압과 원천봉쇄를 강행한 경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현재 청와대 앞에서 한미 FTA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1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제까지 협상은 미국측이 제시한 내용으로 추진되면서 우리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면서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졸속회담”이라고 꼬집었다. 양 대변인은 “졸속추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추진일변도의 자세를 버리고 국익을 위해 다시 한번 협상 내용을 살펴라”고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와 한 목소리를 냈다.FT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처럼 구여권의 개혁성향 의원을 비롯한 각 정당 등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협상 중단과 재고를 요구하는 이른바 ‘협상 중단론’을 내밀고 있어, 협상을 추진 중인 정부는 한층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국내외 한미FTA체결에 많은 반대가 있기에, FTA를 체결하고 비준과정으로 가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철저하게 실익 위주로 협상하고 합의해야 하고,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안 되면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