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 중장기 美 동부 노선 개설 등 영업력 확대 목표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연초부터 현대중공업과 SM상선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IPO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고, SM상선은 자체적인 영업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해운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양사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환경 미래 선박 개발, 생산설비 구축 등에 향후 5년간 최대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은 IPO를 통해 연내 약 20% 규모의 신주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곧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투자를 통해 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 및 미래 첨단 스마트십,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이중연료추진선의 고도화에 나선다. 또 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입을 포함한 기술 투자 등을 함께 추진하고, 친환경 선박 건조와 시설투자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기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서둘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금이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지난해 대비 약 21% 증가한 2380만톤(CGT, 974척)으로 예상했으며, 오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 평균 3510만톤(1552척)의 선박 발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몸값을 약 5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시가총액 4조2651억원), 대우조선해양(2조8968억원) 등과 비교해 추정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은 1조9032억원이다.
SM그룹 해운부문 주력사인 SM상선도 IPO를 추진한다. 최근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고, 올 3~4분기 내 상장 완료가 목표다. SM상선은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선박과 컨테이너 장비 등에 투자함으로써 미주 동부 및 아시아지역 영업력 확대 등 신규사업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SM상선은 SM그룹이 2016년 한진해운 미주‧아주 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한진해운의 알짜 노선을 비롯한 태평양(북미항로) 영업권, 물류운영 시스템, 인적자원을 저렴하게 인수한 덕분에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출범 5년차에 접어든 SM상선이 IPO를 추진하는 이유는 해운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세 덕분이다. SM상선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미주항로 운임이 급등한 결과다. 아직 연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SM상선은 지난해만 14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도 해운업황 회복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해상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중순 2885를 기록, 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SM상선이 조단위 ‘몸값(예상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SM상선 모두 조선‧해운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IPO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중장기적인 업황은 불안하지만 조선‧해운주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규모 공모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