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기 AP에 AMD GPU 채택…엑시노스 경쟁력 높여
양측 시너지 효과 극대화…삼성전자 파운드리 확대 가능성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AMD와 협력을 강화하며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3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MD는 삼성전자에 가속처리장치(APU)·그래픽처리장치(GPU)의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설을 이용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MD는 팹리스 세계 5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인텔의 아성에 밀려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와 손잡고 2018년 7㎚ 공정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성공하며 반등했다. 인텔이 10㎚ 이하 공정에 한계를 마주할 시점에 미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현재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AMD의 주요 제품은 대부분 TSMC가 맡아서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TSMC의 7㎚ 이하 공급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세계적 디지털 전환 기조의 확산으로 미세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TSMC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특히 5㎚ 이하 첨단 공정은 애플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노트북PC용 CPU의 생산을 목적으로 최대 80%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12 AP를 TSMC의 5㎚ 공정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차기 제품의 AP도 생산 주문을 넣어 놨다. TSMC가 AMD보단 애플에 생산 우선권을 줬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AMD는 애플에 밀려 긴급한 상황에 놓였다. 인텔이 오는 7월부터 공정 정상화에 나서고 2023년 7㎚ CPU를 상용화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TSMC에 주문을 넣은 5㎚ CPU·GPU 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모처럼 미세공정에서 우위를 잡은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AMD는 이에 따라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TSMC의 대안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현재 7㎚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확보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그간 엔비디아의 GPU와 퀄컴의 AP를 미세공정을 사용해 생산한 이력이 있는 만큼 시장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AMD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의 5㎚ 공정을 통한 차기 APU·GPU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관계도 파운드리 확대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시리즈에 탑재한 AP ‘엑시노스2100’를 공개하며 차기 플래그십 모델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엑시노스 GPU에 ARM의 말리를 채택해왔으나 차기 제품부턴 AMD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AMD GPU를 사용해 만든 AP를 이르면 올 3분기에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ARM의 GPU ‘말리’는 엑시노스와 경쟁 구도에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GPU ‘아드레노’ 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AM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GPU 개발에 협력해왔다. 이 같은 협력 관계가 파운드리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걸림돌은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AMD의 설계를 볼 기회가 없어 당장 생산에 돌입하기에는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AMD의 주문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MD의 설계 능력을, AMD는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을 사용해 서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라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는 만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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