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에이치라인해운도 하반기 목표로 IPO 준비 박차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해운사들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부터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고, 컨테이너운임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업황이 호황세로 접어들자 증시 입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오는 8월, 늦어도 연내에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를 6조~7조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초부터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는 등 조선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크게 뛰고 있는 덕분이다. 상장을 통한 조달금액 역시 회사가 당초 예상했던 1조원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총 55억달러(총 68척)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2014년 이후 7년 만의 최대 금액이다. 회사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조선 산업은 과거 수퍼사이클 진입 직전인 2003년 초입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것이냐 등이 맞물린다면 수퍼사이클이 다시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운사들도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덕분이다. SCFI는 지난 7일 기준 3095.16을 기록하며 2주 연속 3000선을 넘었다. 전주 대비 5.48포인트 가량 하락했지만 역대 두 번째 고운임을 기록했다.
SM그룹 해운부문 주력사인 SM상선은 연초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고, 올 3~4분기 내 상장 완료가 목표다.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선박과 컨테이너 장비 등에 투자함으로써 미주 동부 및 아시아지역 영업력 확대 등 신규사업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회사는 지난해 호실적과 연내 기업공개(IPO)를 디딤돌 삼아 ‘퀀텀 점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약 14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SM상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성장전략으로 △노선 확장 및 컨테이너 박스 확충 △중고선 매입 △신조선 발주 검토 △신사옥 이전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강화 △수출화주 지원 등을 계획 중이다.
에이치라인해운도 3년 만에 IPO를 재추진 중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부다. 한앤컴퍼니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8년 에이치라인해운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해운업황 침체 장기화로 중도에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벌크업황이 가파르게 개선되자 최근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IPO 재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에 이어 에이치라인해운도 당초 계획대로 상장한다면, 올해만 해운사 두 곳이 증시에 입성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07년 KSS해운 이후 14년 만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조선 업황은 본격적인 대(大) 싸이클을 앞둔 소(小) 싸이클의 급격한 회복기로 판단된다”면서 “작년 코로나19 이슈로 이연된 발주 물량이 2020년 말, 2021년 초에 쏟아져 나오면서 수주잔고가 굉장히 급격하게 상승했다. 운임 폭등으로 해운사들의 자본지출 집행 여력이 커져 추가 발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