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시중 유동성을 활용해 자산을 키운 기업들이 눈에 띈다. 자산총액 10조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된 그룹들에게서 이런 사례가 많았다. 이들은 회사 수만큼 늘어난 이익창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이고 있다.
19일 7개 신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분석 결과, 그룹 내 회사 수를 늘린 경우가 많았다. DB그룹은 지난해 소속회사 수가 전년보다 1개 늘어난 총 21개를 기록했다. 자산총액은 9조6283억원에서 10조3664억원으로 커졌고 매출(22조9997억원, 9%↑)과 당기순이익(7306억원, 24%↑)도 증가했다. DB그룹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증시 활황의 기회를 살려 사업 실적 향상으로도 연결시켰다. 그룹은 구조조정 후 금융사 위주로 재편됐지만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DB하이텍이 호실적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회사 수는 늘었지만 상시종업원 수가 2019년 1만2236명에서 1만2124명으로 줄어들어 인건비를 절감한 특징도 보인다.
SM그룹은 지난해 회사 수를 5개나 늘렸다. 비상장회사 5개를 편입해 총 회사 수는 58개가 됐다. 이로 인해 자산이 10조(10조4498억원)를 넘겼으며 매출(5조345억원, 11%↑)과 당기순이익(5513억원, 58%↑)도 늘어났다. SM그룹은 그동안 적극적인 기업인수를 바탕으로 외형을 확대해왔으며, 대한해운이 대한상선을 통해 SM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업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간 유기적인 사업구조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그룹도 지난해 비상장사 2개를 늘려 소속회사가 45개가 됐다. 상장사가 네이버 한 곳뿐이지만 온라인 검색 점유율 70% 수준의 국내 시장 1위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며 이를 연계한 서비스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과 광고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그룹의 작년 매출은 6조6742억원, 영업이익은 1조3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12% 증가했다.
호반건설그룹은 회사 수가 6개나 늘어났다. 총 42개사로 모두 비상장사다. 돈을 버는 계열사가 늘어난 데 비해 그룹 매출(3조7583억원, 18%↓)과 영업이익(2305억원, 52%↓)은 줄어들었다. 부채총액도 2조9040억에서 4조1750억원까지 불어나 투자 대비 실속을 못 챙긴 면이 있다. 주력 건설업황이 코로나 타격을 입은 탓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그룹은 비상장사 1개가 줄어 회사 수가 총 8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이 주식을 출자해 자산 3254억원 규모 회사를 신설했으며 주식배당과 주식매수선택권행사도 빈번하게 발생해 그룹의 자본총액(10조4640억원)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커졌다. 그룹의 당기순이익이 2019년 2800억원에서 지난해 784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실적 상승에 힘입어 자산총액은 8조8377억원에서 14조8551억원으로 폭증했다.
넥슨그룹은 소속회사 수가 18개로 전년과 변함이 없었다. 넷마블그룹은 비상장사 2개가 감소해 총 23개가 됐다. 이들의 자산총액이 증가한 것은 보유주식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넥슨은 금융자산(대여금)이 증가하고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인수 규모도 컸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부담도 있다. 넥슨그룹은 1조1478억원에서 2조8380억원, 넷마블그룹은 2조2409억원에서 3조1799억원으로 각각 부채총액이 늘었다. 이들 그룹의 재무안정성이 전보다 저하됐으나 코로나발 비대면 게임산업 수요를 바탕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은 양호하게 평가받는다.
한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그룹 순위 상승으로 기업 브랜드 이미지 등 대외 신뢰도 및 인지도가 상승하나, 경제력집중 억제 목적에서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