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공모주 펀드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3800억원이 증발했다. 주가가 냉온탕을 오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IPO(기업공개)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 닥쳤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모주펀드 144곳의 설정액은 최근 한 달 새 3800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배당주, 가치주, 원자재 등 테마형 펀드의 설정액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그간 공모주 펀드는 활황이었다. 지난해 설정액은 3조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펀드수가 140개를 넘어섰고 설정액은 7조원을 넘어서며 외형 성장했다.
하반기 공모주 시장은 급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IPO를 통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40개 기업(스팩·리츠 포함)의 수익률은 평균 27.55%였다. 상반기 52개 상장 기업의 평균 수익률(53.82%) 대비 절반 수준이다.
소위 ‘따상(공모가 두 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한 공모주들이 줄을 지었던 상반기까지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롯데렌탈의 경우 8월 상장 후 최고 6만90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3만5700원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4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 카카오의 자회사로 관심을 모았던 카카오페이도 따상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관계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연일 따상을 달성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9월부터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상장한 기업 27곳 중 따상에 성공한 종목은 일진하이솔루스와 지아이텍 뿐이었다.
IPO 대어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속속 나왔다. 지난달 말 상장한 리파인과 이달 초 상장한 지니너스 등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반영되면서 공모주 수익성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며 “공모주 시초가 대비 수익률 평균은 지난 7월을 제외하면 매월 마이너스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안감에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SM상선처럼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초대형 IPO가 올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툴젠과 KTB네트워크 등 잠룡들이 시장에 나서지만 예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내년 시장을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IPO 대어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LG에너지 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