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연말 시장은 다소 얼어붙은 모양새다. 최근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공모기업들이 잇따라 청약 철회에 나서는 상황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라마이다스그룹 해운사인 SM상선은 지난 1일부터 이틀동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도 지난달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다가 희망 공모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오자 상장을 포기했다.
이밖에 넷마블의 게임 개발 자회사인 넷마블네오는 지난 6월 25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이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11월 상장심사를 철회했다.
증시부진 여파는 공모주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공모주 펀드에서 4858억원의 돈이 유출됐다. 배당주와 가치주, 멀티에셋 등 40여개로 분류된 테마형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공모주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후 30% 상승)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올 하반기 들어 신규 상장한 기업 중 상장 첫 거래일에 ‘따상’을 기록한 기업은 맥스트를 비롯해 원티드랩·플래티어·브레인즈컴퍼니·일진하이솔루스·지아이텍 등 6곳에 그쳤다. 이는 올 상반기 중 따상에 성공한 기업(19곳)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모주 시장 부진은 침체된 증시 상황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6월 25일 3300선을 돌파한 코스피지수는 7월 들어 힘이 빠지면서 10% 이상 하락했다. 특히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주당순이익(EPS)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년 약세장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 가격 산정 자체가 많이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IPO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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