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호프집에서 패싸움을 한 남녀 5명을 경찰이 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켰다가 1시간 뒤 신고자인 업주가 보폭 피해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 36분께 인천시 서구 한 호프집에서 손님들이 패싸움을 한다는 업주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당시 40대 A씨 등 남성 2명과 30대 B씨 등 남녀 3명은 서로 눈이 마주쳐 시비를 벌이다가 호프집 안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이 주먹으로 서로를 때리거나 뒤엉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호프집 테이블 등이 파손됐다.
일부는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는데도 서로 욕설을 하면서 계속해서 몸싸움을 했다. A씨는 싸움을 제지하려고 경찰관이 팔을 붙잡는데도 소주병을 집어 들고 상대방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 한 명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모두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1시간쯤 뒤인 다음날 오전 0시 50분께 A씨는 다시 신고자의 호프집에 찾아가 건물 계단에 있는 화분을 집어 던져 깨고 보안장치도 파손했다.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제지도 무시한 채 싸움을 한 피의자들을 체포하지 않고 귀가 조치하면서 신고자인 호프집 업주가 보복 피해를 본 것이다.
경찰은 당시 피의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현장 출동 이후 상황이 진정됐고 추가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5명 가운데 3명은 몸이 아프다고 해 구급차로 이송했고 다른 2명에게는 임의동행을 요청했으나 거부했다"며 "피의자가 5명인데 2명만 체포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현행범은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으로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경찰관의 제지에도 위험한 소주병을 들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경우 현행범 체포 요건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인천에 사무실을 둔 한 변호사는 "호프집 업주가 촬영해 보도된 영상을 보면 경미한 폭행 사건이 아니다"라며 "경찰관의 제지도 뿌리치고 소주병을 집어드는 상황이면 현행범으로 체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규칙은 현행범 체포 때는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지 등 당장 체포하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사정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당시 현장 경찰관들은 위법행위를 제지할 다른 수단이 있는지 먼저 검토하고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A씨 등 5명의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특수상해, 재물손괴 등 혐의로 A씨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며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