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둔화에 4분기 성장률도 먹구름
"내년이 더 암울"...1%대 성장 그칠듯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해 3분기 우리 경제가 0.3% 성장했다. 시장 전망치(0.1%)를 상회한 것이기는 하지만 1, 2분기에 비해서는 성장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향후 민간소비 회복세가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 전망도 밝지 않아 4분기 마이너스 성장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보다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을 더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은은 나머지 4분기에 전기 대비 0%의 성장률만 기록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6% 달성이 가능하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전망은 녹록치 않다.
한국은행은 27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를 통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했다고 밝혔다. 9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이지만, 3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무른 것이다. 황상필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3분기 경제성장률 수치는 조사국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4분기 0%정도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2.6% 달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일각에서 ‘역성장’ 관측도 나온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수출을 끌어내렸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정부소비(0.2%)와 건설투자(0.4%), 설비투자(5.0%)도 증가했다. 수출도 둔화세를 보이긴 했으나 2분기 마이너스(-3.1%)에서 1.0% 성장했다. 반도체 수출이 줄었으나 운송장비와 서비스 등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4분기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둔화되고 수출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상필 국장은 “민간소비는 카드 이용 수준은 높아 회복세가 이어지겠으나 금리상승, 물가향방 요인 등으로 회복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라며 “수출은 이달 1일에서 20일까지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는데, 앞으로 우리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서 4분기 전망은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성장세 둔화는 내년에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수출이 더욱 악화되고, 이는 설비 및 투자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계속되는 금리인상 기조와 고물가는 민간소비를 큰 폭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염려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2.4%에서 0.3%p 낮춘 2.1%로 제시했지만, 시장은 더 비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로 큰 폭으로 둔화될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내놨다. 우리 경제가 복합적 위기의 인식 속에서 체감경기가 부진하고, 실물경제 위축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지난 24일 이같은 전망치 발표와 함께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2023년을 기점으로 경기 불황 국면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 1.9%로 제시하며 역성장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