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 속에 빚어진 이태원 참사는 애달픈 사연까지도 비통한 물결이 되어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태원 참사 사흘째를 맞은 31일 이역만리 타지나 가족이 있는 고향에 차려진 빈소에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탄식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 부천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번 참사 유일한 베트남 국적 희생자인 20대 여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2년 전 한국에 홀로 온 그는 국내에서 대학교에 진학했고,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넘치는 토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이역만리 떨어진 가족을 대신해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재한베트남인 동포들이 그의 빈소를 지켰다.
응우옌 마이 안(52)씨는 “우리 식당에 하루 세번 올 정도로 단골이라 딸처럼 예뻐했다”며 “영어도 잘해서 외국인 손님이 오면 자기가 나서서 통역도 해주고 늘 밝고 싹싹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베트남 고향 마을에서 가족이 치르는 장례는 시신 운구가 이뤄지는 내달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싱그럽게 빛났던 청춘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이처럼 빈소를 통해 전국 곳곳에서 전해졌다.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성실한 아들, 여자친구 손을 놓치고 나서 인파에 휩쓸려 주검으로 돌아온 청년 등의 장례 절차가 경기지역 장례식장 여러 곳에서도 시작됐다.
고양시 명지병원 장례식장에는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인 배우 이지한(24)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제 갓 이름을 알린 고인을 추모하는 대학 연극학부 동문과 친구, 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부산 한 장례식장에는 간호사를 준비하던 늦깎이 대학생의 빈소가 마련됐다.
올해 3월 전남지역 대학의 간호학과에 진학한 그는 같은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한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산에서 서울의 병원으로 직장을 옮긴 지 반년여 만에 참사 피해자가 된 20대의 고향 빈소에도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전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만 스무 살에 생을 마감한 피해자의 빈소가 꾸려져 무거운 슬픔이 가득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다시 만날 수 없는 막내딸의 미소가 담긴 휴대전화 배경 화면만 바라보며 “예쁜 우리 딸”을 되뇌었다.
광주와 전남·북에 연고를 둔 호남지역 희생자들의 장례도 슬픔 속에 치러지고 있다.
광주 한 장례식장에는 이태원에서 함께 숨진 20대 단짝 여성의 영정사진이 함께 놓였고, 미용사의 꿈을 피워보지도 못한 열아홉 청년은 싸늘하게 식은 몸으로 고향 장성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에게 ‘취업 턱’을 내려고 외출한 광주 출신 20대 토목기사, 동생 전화는 꼭 받던 전주 출신 30대 여성도 가족과 작별 인사조차 못 하고 떠났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이날 현재까지 154명이다. 정부는 전국 31개 장례식장에 마련된 희생자 빈소에 공무원을 파견해 장례를 돕고 있다.